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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Dec 04. 2023

2023 도서출판 담다 페스티벌을 마무리하며

작년 출판사에서 작게 ‘송년의 밤’을 준비했었다. 그때 내년에도 좋은 자리로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 같아 스스로 대견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사실 머릿속으로 가능성을 떠올리고, 상상력을 발휘해 형태를 완성하는 쉽지 않다. 잘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마음을 이겨내야 하고, 자신감과 용기가 두 배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떠올려보면 성공적인 날도 있었지만, 종종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중의 일부는 우울감을 선물한 적도 있었기에 솔직히 나아가려는 마음이 늘 장밋빛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이유로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는 부분도 있다. 그 두려움을 넘어서고, 그래도 나아갔다는 사실로.     


1부는 담다 출판사에서 23년도에 책을 출간한 ‘저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일정이 겹쳐 참석하지 못하는 분을 제외하고, 박성주 작가님, 이자경 작가님, 이경용 작가님. 그리고 나까지. 담다북토크를 진행했다. 씩씩하게 질문할 수 있는 것은 씩씩하게 질문하고, 어려운 질문이 나오면 진행자인 나를 원망해도 된다고 했는데, 작가님들은 베테랑이었다. 유쾌함을 잃지 않았고,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역시, 담다 출판사 작가님이었다.     


2부는 강원국 작가님을 초청한 특강이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얘기는 열등감이 글쓰기의 씨앗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정확하게 내가 그런 사람이었고, 그 길을 걸어온 사람이었고, 그 길에 대해 건네줄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열등감은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나쁜 것으로 외면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인생을 3기로 나눈다고 했을 때 1기, 2기에 열심히 삶의 근육을 키워 3기가 되었을 때 나만의 캐릭터를 완성하라는 얘기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만의 콘텐츠로 나다움을 구축하고, 스토리를 이어 나가면서 캐릭터를 완성해야 한다는 말에 다른 사람도 공감하며 메모하는 모습이 분주해 보였는데, 실은 그 순간 나는 또 다른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굉장히 좋은 일을 해낸 사람, 멋진 사람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생각했다. 오늘 이 시간이 나비효과가 되어 멀리멀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매 순간 내가 가는 길에는 나를 도와주는, 벌여놓은 판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그때 다른 사람, 다른 모습이었지만, 한결같이 나를 응원해 주었다. 그분들이 있어서 내가 여기 서 있구나 싶었다. 담다 페스티벌,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쁜 연말 시간과 마음을 내어 행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함께 자리를 빛내준 덕분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최인아책방 대표인 최인아 작가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흔히 ‘꽃길만 걸으세요’라고 덕담을 건네지만 누구도 계속해서 꽃길 위에만 있을 순 없습니다. 꽃길인 시기가 있는가 하면 진흙탕 길인 시기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니 지금이 어떤 시기이든, 중요한 것은 현재 일하는 곳에서 매일을 충실하게 잘 보내는 겁니다. 결국은 그 시간들이 쌓여 자기 인생을 만드는 거니까요”


저자의 말처럼 지금껏 꽃길인지, 진흙탕 길인지 구분하기보다는 충실하게 잘 보내기 위해 애쓰고 애쓰면서 살아왔다. 이번 담다 페스티벌도 그중의 하나였다. 애쓰고 애섰으니 내 안에 고히 간직할 일만 남은 것 같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에세이 #글쓰기 #감성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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