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글 쓰는 것이 좋아서 열심히 글을 썼고, 어느 정도 분량이 되었을 때 운 좋게 첫 책을 낸 것이 전부이다. 어떻게 책을 써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내가 책을 완성하는 방식에 대한 피드백은 출판사의 투고했을 때 셀 수 없는 거절 메일을 받았을 뿐이다.
“기획도서가 진행되고 있어 이번에는 함께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콘텐츠는 좋으나, 저희 출판사와 결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의도를 잘 살릴 수 있는 좋은 출판사를 만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처음 투고 메일을 보낼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다들 나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서 여러 출판사로부터 한꺼번에 연락이 오면 어떡하냐는,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처음 한두 통의 거절 메일이 왔을 때는 정말 출판사에 사정이 있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면 담당자가 착오를 일으킨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느낌이랄까. 뭔가 핵심적인 내용이 빠진, 빙빙 둘러서 말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꼭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애써 전달하지 않는 것 같은. 그렇게 혼자 의아한 시간을 계속 보내던 어느 오후, 처음으로 질문이 생겨났다.
‘나의 원고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질문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태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참에 바로잡을 수 있다면 바로잡고 싶었고, 나도 모르게 굳어버린 게 있다면 더 이상 굳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책 출간과 관련된 책, 자료를 찾아 꼼꼼하게 다시 읽어 내려갔다. 출간기획서가 문제인지, 샘플 원고가 문제인지, 메일의 형식에 문제가 있는지.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아 동분서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머릿속이 텅 빈 사람처럼, 새로움을 더하고, 확률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추가하여 다시 투고 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을까. 서울의 어느 출판사로부터 출간을 진행해 보자는 연락이 왔다. 그날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었다.
문예지에서 수필로 신인상을 받을 때, 심사위원 중의 한 분이 내게 ‘까다롭게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했었다. 그때 무슨 의도에서 나온 얘기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조언으로 다가왔을 뿐만 아니라 글 쓰는 일에만 온통 마음이 뺏겼던 터라 어떤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그런데 그 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 날이 있는데, 바로 수십번의 퇴짜 이후,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온 날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했구나’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았구나’
편집자나 출판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랬기에 몇십 번의 투고와 몇십 번의 거절 메일이라는 성적표를 마주하고서야 배움이 생겨난 것이다. 기획의 중요성, 초고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규칙, 퇴고를 통해 재탄생, 이 모든 과정에서의 구심점 역할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글자 그대로 혼자 지난한 시간을 견디는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팀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배움이 드림팀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개인 책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드림팀. 나의 책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 출간기획서 앞에서 쩔쩔매는 사람, 용감하게 투고했다가 거절 메일을 받고 좌절하는 사람,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젝트이다. 내가 걸어봤던 길, 이제는 다르게 보이는 그 길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젝트이다. 아주 용기 많은 사람처럼, 마치 한번 해봤던 사람처럼,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처럼 새로운 여행을 위한 닻을 올려본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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