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에게 가장 오래 지속된 독서 습관 중 하나는 필사(筆寫)입니다. 단순히 좋은 문장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손끝을 통해 문장을 내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이랄까요. 오랜 시간 동안 저는 다양한 방식으로 필사를 이어왔고, 그 기록들을 ‘독서 경영’, ‘자기계발’, ‘나다움 연구’*라는 이름으로 정리하며, 한 권 한 권의 책에서 배운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왔습니다.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며 정성스럽게 썼던 필사 노트들이 사라진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때의 기록은 단순한 종이 위의 흔적이 아니었습니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 사고하는 방식, 글을 읽고 느끼는 감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필사를 통해 미래의 불안을 잠재우고 현재를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필사, 그저 단순한 베껴 쓰기는 게 아닙니다!
필사는 단순히 문장을 따라 적는 것이 아닙니다. 책의 문장을 손으로 옮겨 쓰면서 그 의미를 곱씹고, 나만의 언어로 체화하는 과정입니다. 필사를 하면 문장력과 표현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보다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나만의 철학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어떤 책을 선택하느냐는 필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필사에 도움이 되는 책이 있습니다.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어야 하고, 사유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기준을 충족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오랜 시간 기획하고 준비한 책이 올해 출간한 『경험주의자』입니다.
『경험주의자』는 삶 속에서 경험이 신념이 되고, 신념이 직관으로 이어지며, 직관이 다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쉽게 읽히지만, 시선이 머물고, 짧지만 묵직한 문장을 통해 필사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나아가 자연스럽게 사유하고,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숨겨진 기획 의도이자 목적이기도 했습니다.
요즘 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필사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필사 노트를 따로 만들고, 예쁜 펜으로 책 속의 문장들을 기록했지만, 이제는 다이어리 한쪽 페이지에 틈틈이 한 문장씩 적고 있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다이어리를 항상 지니고 다니기 때문이며,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기나 메모처럼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필사가 스며들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사를 오래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기록된 문장들은 사라질 수 있어도, 그 문장을 쓰면서 가졌던 생각과 감정은 몸에 남아 우리의 사고방식과 태도를 바꾼다는 것을요. 저 역시 사라진 필사 노트들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금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만의 문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하루 단 10분만 투자해도, 필사를 꾸준히 하면 내면의 변화가 찾아옵니다. 필사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왕이면 『경험주의자』와 함께라면 더욱 기쁠 것 같습니다.
from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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