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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필사(筆寫)할 때 기억하면 좋은 점 4가지

by 윤슬작가

1. 원문의 정확성 유지하자.

필사의 가장 기본은 원문을 있는 그대로 베껴 쓰는 데 있다. 작가의 단어 선택, 문장 부호, 어투까지 가능한 한 정확하게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오류 하나가 문장의 의미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음악 악보를 보는 꼼꼼하게 읽는 것처럼, 원문을 존중하고 충실히 따르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짧은 문장이나 시를 필사할 때 ‘쉼표 하나’가 문장의 호흡을 바꿀 수 있다. 작은 부호 하나가 문장의 흐름, 감정, 전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



2. 나만의 호흡,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자.

필사는 빨리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천천히, 느린 시간을 경험하면서 문장을 음미하듯 이어 나가야 한다. 너무 빠르게 필사하면 글의 리듬이나 문장의 의미를 놓칠 수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곱씹는 과정이어야 온전하게 문장을 이해하게 된다. 정원에서 발견한 장미 한 송이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이 있다.



3. 감상에 분석을 더하자.

필사는 단순한 필기의 반복이 아니라 작가와의 대화이자 텍스트에 대한 연구이다. 문장을 따라 쓰면서 구조, 어휘, 표현 방식 등을 분석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작가가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 저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해보자. 고민의 시간을 가질수록 작가의 문장과 단어는 나의 문장과 단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같은 상황을 묘사해도 누군가는 “햇살이 따가웠다.”라고 쓰고, 또 누군가는 “햇빛이 얼굴 정면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라고 표현한다. 표현의 차이를 느끼면서 필사하면 문장력이 한층 깊어진다.



4. 자기만의 정리 시간을 가지자.

필사를 마쳤다면 짧게라도 자기만의 정리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한두 문장이어도 좋다. 무엇이 인상 깊었는지, 어떤 장면에서 마음이 움직였는지를 기록을 남기자. 단순하게 줄거리를 정리해도 좋고, 독서 감상문이나 서평의 형식을 가져도 좋다. 따라 쓰기를 넘어 자신만의 단어와 해석으로 남겨보자. 한 줄의 짧은 문장이지만 삶 전체를 돌아보게 만드는 사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필사는 글자를 베껴 쓰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을 확장하고 감각을 키우는 창작의 시간이다 – 윤슬



대구 서부시립도서관에서 필사 수업을 진행하면서 준비한 자료입니다.

‘필사할 때 기억하면 좋은 점 4가지’를 통해

필사의 즐거움을 더해지기를 희망해봅니다.


#필사습관 #필사노트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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