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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잘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by 윤슬작가

글쓰기는 이제 저에게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처럼 여겨집니다. 현실적으로는 생계와 맞물려, 오래도록 글을 써온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들 속에서 저를 발견하고, 그들 역시 비슷한 마음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목표를 넘어, 글쓰기라는 삶 자체를 선택한 이들을 떠올리며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특징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는 작가로 살아온 경험주의자이자, 경험주의자의 눈으로 바라본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하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1. 읽는 사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떠올리니 가장 먼저 ‘읽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생각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 하면 곧바로 ‘쓰는 사람’을 떠올리기 쉽지만, 정작 그들은 누구보다도 열렬한 독자였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자연스레 최근 읽은 책, 감명 깊은 구절, 재미있게 읽은 장면을 나누곤 합니다. 그들은 자기 세계관과 인생관을 고집하면서도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기를 거부했고, 감정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2. 자기만의 리듬

또한 그들에게는 각자의 고유한 리듬이 있었습니다. 잘 쓰든 못 쓰든, 오래 글을 써온 사람에게는 특유의 호흡이 묻어납니다. 습관이라도 해도 좋고, 루틴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문장을 완성하는 개성적인 방식도 해당될 것 같습니다. 단어와 표현이 다르더라도 글에는 그 사람의 리듬이 배어 있어, 마치 글쓴이가 옆에서 직접 읽어주는 듯한 생생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3. 자신감

“글쓰기의 8할은 자신감이다.” 제가 글쓰기 강의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초고를 두려워하는 한 글은 완성될 수 없습니다. 헤밍웨이가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고 말한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글쓰기는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고치고 다듬고 다시 달려드는 과정에서 완성됩니다. 초고를 부끄러워하기보다 두려움을 당연한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4. 필사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필사는 아주 훌륭한 훈련 도구입니다. 좋은 문장을 베껴 쓰며 구조를 익히고, 어휘를 체득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주해 나가는 과정은 자신의 글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튼튼한 뿌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책 한 권을 필사했다고 금세 글쓰기 실력이 좋아지지는 않지만, 그 경험이 쌓이면 어느 순간 스스로 놀라울 정도의 표현력, 어휘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5. 글을 쓰지 않는 시간

그리고 아주 중요한 얘기인데요, 글을 쓴다고 해서 늘 글 속에서만 사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걷기와 산책을 즐기고, 호흡을 강조하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피아노 음악을 듣거나 아무 소리 없는 고요 속에서 멍하니 있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덮어버리고는 상상에 잠기는 시간도 자주 가집니다. 화려한 번뜩임보다 차분함과 고요함 속에서 창작의 과정이 숙성된다는 것을 오래 글을 써온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수시로 확인합니다.

6. ‘나는 왜 쓰는가’라는 질문

글을 쓰는 목적에 관한 질문, 그 질문에 대한 답. 여기에서 꾸준함과 성실이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질문이 필요합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인지, 베스트셀러를 위해서인지, 혹은 브랜딩을 위해서인지. 오랫동안 글을 이어온 이들은 공통적으로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자기만의 답을 갖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스스로 완성한, 자기만의 대답이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왜 글을 쓰나요?”라는 질문에 분명히 답할 수 있다면, 이미 그 사람은 글쓰기의 뿌리를 단단하게 내린 사람입니다.


오늘도 저는 글을 씁니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글쓰기를 테크닉이나 기술이 아닌 삶의 방식으로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하루를 살피고, 감정을 돌보고, 생각을 들여다보며 표현하는 과정 속에서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잘 쓰는 글’로 이어진다고 굳게 믿으면서 말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쓰는 한 줄, 한 문장이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하는 따뜻한 응원이 될 수 있습니다. 단 한 줄, 단 한 문장만이라도 완성해보세요. 자신감과 꾸준함, 글쓰기는 이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윤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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