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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Apr 29. 2019

섹슈얼리티 재현의 극점, <아워바디>

한국영화 속 여성 청년의 섹슈얼리티 재현의 극점으로서의 <아워바디>





  한국 영화 속에서 여성 청년의 섹슈얼리티는 재현되기 어려웠다. 섹슈얼리티란 생물의 성별과 성적 행위 따위를 일컫는 말로, 인간의 경우 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 사고, 감정, 가치관 등을 포함한다. 여성은 늘 한국영화와 함께했지만 변방에 존재했다. 여성 청년이 스크린에 등장한 후 섹슈얼리티의 대상으로 끊임없이 소비됐지만 그들의 욕망에 귀 기울이는 카메라는 몇 없었다. 


  <아워바디>는 정조관념에 의문을 제기했던 <첫경험>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주체적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섹슈얼리티의 재현의 극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데는 단계가 있었다. 먼저 여성 자체를 스크린에 드러내는 것이 필요했고, 그 다음은 정조관념 아래 성녀와 창녀로 나누는 이분화된 틀을 깨는 것이었다. 1990년대에 이르면 여성이 스크린에 나와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해진다. 이는 ‘쿨 걸’의 등장과도 이어지며 여성이 섹슈얼리티를 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기를 ‘말한다’는 것이 곧 그것을 ‘사고한다’는 의미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그들은 사랑과 성에 대해 조잘대지만 그들의 ‘말’은 아무런 울림이 없었다.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는 존재했지만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아워바디>가 진보적인 이유는 ‘말하는’ 섹슈얼리티를 ‘보여주는’ 섹슈얼리티로 전환해서다. 영화 속에서 그녀들은 성에 대해 말한 로망을 끊임없이 말하고, 이를 재현한다. 섹슈얼리티에 대한 판타지를 실현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그려진 점에서도 두드러진다. 자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적 판타지를 여러 번의 섹스를 통해 실현한다. 처음에는 남자친구와 관성적인 섹스를 하지만, 그 이후에는 알고 지내던 동생이나 상사와도 섹스하며 자신의 판타지를 실현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자영의 로망에 대한 것이다. 자영의 로망은 ‘하루종일 좋은 호텔에서 호텔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사치스럽게 쉬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의지했던 현주가 죽고 나서 호텔에서 자위하면서 자신의 로망을 실현한다. 한국영화의 역사상 포르노를 제외하고 여성의 자위 장면이 판타지의 실현으로 등장한 장면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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