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ost] 유자차 - 브로콜리너마저
나는 좋은 이별을 해본 적 없다. 세 번 다 얼굴도 보지 않고 헤어졌다. 뭐지. 쓰면서 이 사실을 지금 깨달았다. 역시 회피형인 건가. 습관인 건가. 그래도 발전은 있었다. 처음엔 입에 담지 못할 험한 욕설을 토해냈다. 두 번째는 내 나름대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으로, 세 번째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헤어졌다.
최근에 <유자차>를 듣는데 이 노래가 사랑이 식은 이들에 대한 내용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전에는 겨울에 유자차 먹으면서 듣는 따뜻한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사랑을 하다가 어느 한쪽이든, 어떤 이유로든 고갈되면 차가운 유자차 껍질이 남게 된다. 거기에 물을 부어서 차를 마시고, 다음으로 나아가자는 이야기다. 그다음이 어딘지는 모르겠다. 권태를 극복하고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내 귀에는 ‘봄날로 가자’는 게 각자가 원하는 길로 가자는 말로 들렸다. 이 노래와 함께면 좋은 이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잠시 이 노래를 권해주면서 이별하는 내 멋진 모습을 상상했다. 왠지 짜릿하군. 차가운 껍질을 인정하고, 따뜻한 물을 부어주고, 서로 좋은 길을 응원해주는 성숙한 이별을 일평생 내가 할 수는 있을는지.
유자차 - 브로콜리너마저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 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
그때는 좋았었잖아, 지금은 뭐가 또 달라졌지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