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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Jun 04. 2019

내가 왜 마들렌이냐면

마들렌 love 

마들렌은 친구랑 학교 근처에 있는 베이스먼트라는 외국인 바에 가게 되면서 얻은 별명이다. 그곳엔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를 팔았고, 끊임없이 신나는 노래를 부르는 외국인 밴드가 있었다. 꽤 유명한 재즈 음악들이 줄지어 나왔고, 귀여운 친구는 생긋 웃으면서 리듬을 타면서 즐겼다. 하지만 그 공간엔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바로 외국인 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태극문양 풍등과 바로 나! 세상 머쓱하게 술을 홀짝홀짝 마셨다. 아무래도 난 음악에 흠뻑 취해 느끼고 즐기고 맛보고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아닐 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했다. 


바에서 나와서 카톡으로 친구들에게 '나 오늘 외국인 바에 갔다'고 말하니까, 먼지가 마들렌은 카페에서 마들렌이나 먹으라고 했다. 친구들은 거기서 즐기는 척 했을 내가 웃기다고 했다. 나도 웃겼다. 그 이후로 친구들 사이에서 마들렌이라는 고유명사는 '클럽같은 곳에서 즐기지 못하고 낯가리는 세희같은 애'를 지칭하는 말이 됐다. 예를 들면 퀴퍼에서 춤추기 민망할 때 '아무래도 나도 마들렌인가봐'라고 말할 수 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 필명으로 할까 고민했는데, 여기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난.. 마들렌이고.. 나의 마들렌적 면모를 드러내야(내 바보같은 면을 드러내야) 글이 솔직하고 재밌을 것 같아서 필명을 변경했다.


어제도 마들렌적 모먼트가 있었다. 껌딱지와 치킨집에 가서 야식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테이블 앞쪽에 있는, 왠지 문신을 해서 무서워보이는 손님이 컴플레인을 걸었다. 손님은 "저 치킨이 너무 매워서 못 먹겠어요. 이런 걸 어떻게 팔아요? 순한 맛이랑 섞어주세요."라고 말했다. 껌딱지는 내게 표정이 왜 그렇냐며 물었고, 난 당황해서 테이블을 분주하게 더듬었다. 왠진 모르겠는데 "피..."라고 말했다. 치킨을 먹다가 피자를 먹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다급하게 카톡에 "나가서 얘기해줄께"라고 치고, 후다닥 치킨집을 나왔다. 껌딱지는 내게 살인 사건이라도 본 표정이었다고 웃었다. 난 컴플레인을 받았을 직원이 너무 당황했을 것 같아서.. 나도 같이 당황했다. 


내가 조금만 덜 마들렌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뭐든 자연스럽고, 잘 즐기면서, 상황판단을 척척해내는. 낮에는 커리어우먼처럼 일하면서 밤에는 춤추면서 노는 그런 쿨한 삶을 살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선택을 망설이고, 금세 마음을 들켜버리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며 지하철에서 시집읽는 시간을 가장 행복해하는 마들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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