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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Jun 11. 2019

자기소개서 쓰기, 실패했다

내가 완벽하게 할줄 아는 거라고는 실패하는 것 뿐

잘하고 싶어서 죽을 것 같은 완벽주의자나 실패하기 싫어서 시작이 너무 무서운 나같은 사람을 위한 매거진이다. 이미 이 게시판에 사람을 홀리는 도입문구를 적는데 실패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다. 

누군가가 내 실패들을 보면서 자기 모멸감이나 고립에서 빠져나오길 바라면서 매거진을 시작한다.

(사실 내가 빠져나오길 바라면서..) 

아이러니하게 시도하고 있는 나 자신에 집중하고 싶어서 서툰 실패기를 기록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뭐 하나라도 했다!'하는 느낌을 주려고!

그래도 실패에서 떨어지는 부수러기가 있다고 믿는데, 어쩌면 그 부수러기의 기록일 수도.  


자기소개서 미리 쓰기 실패 

지금도 '연합뉴스 인턴 자기소개서 집중해서 쓰기'에 실패했다.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기 전에 브런치로 넘어왔다. 

취준생이 되고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토익점수를 완성하기 전에는  '난 정량이 없어~'하면서 뒤에 숨었는데, 지금은 도망칠 곳도 없다.

'이번에는 꼭 일주일 전에 공들여 쓰고, 그리고 전문가의 첨삭을 받고, 뿌듯한 마음으로 자소서를 내리라.' 다짐했지만 역시나 실패했다. 오늘은 제출 하루 전날이고, 부랴부랴 쓰고 있다. 하하! 

 

내 인생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남의 인생 관람하듯이 살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가득하지만 자소서를 쓸 때면 극대화된다. 가진 것 없는 초라한 나 자신을 마주하고, '너 이거 애초에 왜 하고 싶었어?'같은 철학적인 질문에 가식적인 대답을 쏟아내야 하는 현실이 뭣같다. 내가 언론인이 되고 싶은 이유는 사실 보잘 것 없는 것들인데, 어떻게 하면 남들처럼 그럴 듯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이 자소서가 끝나면 자소서가 뜨지 않아도 매주 자소서 문항을 하나씩 적어야 겠다.


a few 실패들

-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실패

- 동시에 아침에 신문 읽기 실패 

- 도서관 자리 잡기 실패

- 평정심을 찾고 내 할일 하기 -> 오늘도 마음이 휘청거렸다!  


모아놓은 실패들 (a.k.a.미루기의 천재)

- <걸캅스>, <기생충>, <땐뽀걸스> 영화 후기 -> 넘 잘쓰고 싶어서 개요가 안 나오면 시작도 하기 싫다 

- 논제 퇴고 해야 하는데, 논제 정리가 완벽하지 않아서 고치기 싫다

- 읽었던 책 후기,, 

 

작은 성공 

- 늦게 왔는데 운좋게 남은 한 자리 잡음 

- 안경쓰고 운동복 입고 학교 오기 

- 껌딱지 꼬셔서 치킨 먹기 -> 귀여운 사진도 건짐 

- 수박 주스 튜라이 -> 참외 주스가 더 맛있음 

- 불안 자극 안하기 

- 공부 일지 한줄씀

- 실패 일기를 드디어 쓰기 시작함(이것도 예전부터 하려고 했던 거)


일기 쓰면서 느낀 점

1. 내 실패들은 '완벽하게 못해서'라는 전제가 달려있다.

뭔가를 완벽하게 한다는 건 허상이다,,, 허상이야,,


2. 너무 잘하고 싶어서 안 한다는 걸 글로 적어보니까 진짜 웃기다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기대가 무너질까봐 시작도 안하는 마음..

아냐 어쩌면 내가 얼마나 별 가진 게 없는 걸 목격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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