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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Aug 05. 2019

말이 행동이 된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까

오늘의 칼럼: 그레이트 리플레이스먼트 [중앙일보 이진구 논설위원]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20&aid=0003233076


<말이 행동이 된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까>


'너 오늘 쌩얼이야?'같은 말은 내 행동을 규제했다. 20대 초반 나는 이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부단히 시간을 투자했고, 불편을 감내했다. 무더운 여름 땀에 화장이 녹아내릴 걸 알면서도 한 시간을 넘게 거울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너 오늘 쌩얼이야?'는 '여자애가 어깨가 넓어보여서 어쩔래, 키가 그렇게 커서 어쩔래, 다리 좀 모으고 앉아라'같은 형태로 변주됐다. 그렇게 난 직관적으로 혐오표현이 어떤 방식으로 내 행동을 규제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혐오 표현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이 당연한 사실을 '증명'하기란 어려웠다. 유구한 역사를 지녔으면서도 잘 보이지 않는 여성 혐오 표현은 더욱이 그랬다.  


이 칼럼에서는 말이 행동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뱉은 혐오 표현은 행동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의 저자인 밴디 리 예일대 의과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취임 후 미국에서 증오범죄와 학교 폭력이 늘고, 테러도 두 배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대통령도 하는데 나는 못하나'하는 면죄부가 생긴 거다. 면죄부가 얼마나 무섭냐면, 같은 신을 믿는 종교를 두 동강 낼 만큼 큰 힘을 가지고 있다.   


한국판 면죄부는 아마 '빨갱이'가 아닐까. '빨갱이'는 한국의 반세기 역사에 굴직한 차별엔 얼굴을 내밀고 있다. 크게는 광주 학살부터 작게는(당사자에게 작진 않겠지만) 은근한 전라도 말투 차별까지. 끈질기게는 모든 노조를 '강성노조 빨갱이'로 모는 행태까지. 동성애자를 '종북 게이'라고 칭하는 걸 보면 '빨갱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혐오에 방패막이 되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이런 혐오 표현은 정치인들의 정치인생에 산소호흡기가 돼준다. 사회적 약자나 이민자를 외부의 적으로 만들면 결집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파이가 빼앗길 것 같은 불안을 자극하면 생각 변화든 행동 변화든, 그 어려운 변화가 쉬워진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유구한 여성 혐오의 역사는 어떤 파이를 지키기 위한 걸까. 쏟아져 나오는 여성 혐오표현은 누구의 불안을 자극하는 걸까. 정치인에서 나오는 언어는, 언론에서 나오는 기득권의 언어는 누구의 입을 대변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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