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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May 09. 2019

[존버 언시생활기 2주차]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별보는 사람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별 보는 사람”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삶이다.

낮에는 집중에서 일하고, 밤에는 오롯한 나의 시간을 갖는 삶.

지금에 집중하고, 나에게 회복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을 선물하는 거. 

일주일에 한번 보은언니와 주고 받기로한 편지가 밀리고, 

여기에 기록하기로 했던 한주가 미뤄지고 있는 걸 보면 최소한의 공간도 내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



틈틈이 브런치에 남길 수도 있는 감상을 기록해두는데

지난주에 내가 썼던 글을 보면 온통 ‘지친다’, ‘힘들다’, ‘쉬고싶다’같은 말이 가득하다.

양적으로 뭘 엄청 많이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생각이 날 더 괴롭힌다.

그럴 때마다 아직 아기 단계라고 생각하고, 기운을 차리려고 한다.

글 한자 적고, 한국어 문제 하나 푸는데도 품이 많이 드는 것이 현실.. 

자꾸  ‘뭘했는데 지쳐!’같은 목소리가 올라와서 쉬고 싶은 내가 설 자리가 없다.

잘 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루에 한시간 쯤은 마음 비우고 회복하는!

나한테 회복이라는 게 별 게 아닌데, 그냥 글쓰고, 글 읽고 그런건데.





[이번주 부수러기] 한국일보 자소서 썼다! 

<불완전했는데, 지원은 했다> 


무서웠다. 넣고 떨어지는 게. 노력했는데 무너져버릴까봐. 진짜 원하는 마음을 마주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도망가고 싶었다. 지금은 아니지 않나하면서. 더 완벽하게 갖췄을 땐 덜 상처 받을꺼라고 정신승리하면서. 


‘지금 아직 한국어도 토익도 완벽하지 않잖아!! 난 신문도 제대로 안읽고, 글도 제대로 안 쓰고, 글감 정리도 성실하게 안하잖아! 세희야! ㅠ 어차피 떨어져! 니가 기자가 될만큼 사명감이 있다고 생각하니? ㅋ 차라리 그 시간에 토익이나 한국어를 더 해서 이력서 채울 생각이나 해 ㅋ 어차피 니 글 작위적이고 거짓말같아서 떨어져 ㅋ’ 하는 마음의 소리가 올라왔다.


전날까지 포기하고 있었는데 넷프릭스에서 브레네 강연을 침대에서 보다가 맘을 조금 움직였다. 브레네의 딸이 평형 대회를 나가는데, 무서워서 나가기 싫다고 했다는 에피소드를 말했다. 평형은 발이랑 팔이 맞기까지 속도가 오르지 않아서 시간이 걸린다. 딸은 아직 속도를 낼 정도가 아닌데 감독이 나가라고 했고, 딸은 “절대 우승하지 못하고 꼴등할거야”라며 울었다. 딸은 감독님께 안한다고 하거나 수영장에 당일날 나타나지 않고 싶다며 내내 괴로워한다.


브레네는 그런 딸에게 ‘꼭 1등으로 들어오는 것만이 우승은 아닐 때도 있어. 정말 용감한 행동이 우승일 때도 있어. 너한테는 출발대에서 뛰어들어 물에 들어가는 게 우승일지도 몰라. 그게 너의 우승일지 모르지. 그게 우승의 한 모습일지도 몰라.’ 라고 말했다.


시합 당일 딸은 뒤늦게 출발대에 올랐고, 예상대로 모두가 경기장에 들어온 이후에 마지막에 울면서 들어왔다. (브레네랑 남편은 펠프스 응원하듯이 응원했다 ㅋㅋㅋㅋ) 우는 딸에게 다가가자 딸은 ‘그래도 저는 용감했고 우승했어요.’라고 말했다.


애써 열심히 했는데 잘 못하는 걸 드러내는  데 취약해서 출발대 위에 잘 서지 못하는 편이다. 나한테는 브레네 딸처럼 용기를 낼 근육이 좀 적은지도 모르겠다. 이번 자소서는 정말 초라하고, 별로였다. 그래도 출발대 위에 서긴 섰다. 이번에는 질책하지 말고 그래도 고통스러워하면서 해냈던 내 용기에 박수쳐주고 싶다. 



<그래서 주워담은 부수러기>


- 다음엔 꼭 여유롭게 책을 참고해서 쓰고, 피드백 받아야지

- 내 미래가 달린 일에 조언을 구하는 건 적당히! 마음을 들여다 보기 

- 뭔가에 도전하는 것도 힘들지만 지금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도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구나

-  방송학 공부를 좀더 깊이있게 해야지 자소서 쓸 때 인사이트가 나오겠구나

- 자소서 쓰기 직전되니까 별데에서 글감으로 다 끌어다 쓰는 구나.. ㅋㅋㅋ

+  별 볼일 없는 잡쓰레기 같은 거도 언제든 글감이 될 수 있구나..

- 여름이나 겨울에 인턴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 ‘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는 뭘까’를 처음 고민해봤다

- 요즘 디지털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그렇다면 나는 어느 정도를 말해야 합격을 할 수 있을까

- 내가 지금 상황에서 만들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는 뭘까.

- 직전에 쓰고, 직전에 마감하고, 날려쓰고 이거도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 늘겠지

- 같은 언시생이라도 서있는 지점이 정말 다 다르다! 각자의 상황이 다르고, 살아온 게 다르고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 횡적인 비교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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