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날

일곱 번째 오늘

by Sayoo

오늘은 두통이 심한 날이다.


나는 진통제를 하나 먹은 후 맥없이 식탁에 널브러져 앉아 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둘째 아이가 괜찮냐고 묻는다. 나는 전혀 괜찮지 않지만, 그럼에도 괜찮은 사람이고 싶어서 아이에게 괜찮다고 웃으며 대답을 한다.


20분 정도 지나자 통증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몸이 가뿐하지 않고 바닥에 질질 끌린다. 머리가 풍선처럼 잔뜩 부풀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다. 이런 두통은 쉽게 하루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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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지 않은 오늘이어서, 오히려 나는 ‘괜찮은 하루’에 대해 써보고 싶다.


나에게 괜찮은 하루란, 별 탈 없는 하루다. 아무런 사고 없이, 병 나는 일 없이, 무언가 고장 나지 않고, 핑계 잡힐 일을 만들지 않는 날이다. 이런 날을 다른 말로 하면 무탈한 날이다.


무탈하다. 이 말에는 ‘병이나 사고가 없다’는 뜻도 있지만, ‘까다롭지 않고, 스스럼이 없다’는 뜻도 있다. 문득 탈이 없다는 뜻과 까다롭지 않다는 것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내 생각에는 ‘무탈하다’는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도 탈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다툼이나 갈등, 오해나 불만 등의 ‘탈’을 줄이기 위해서는 까다롭게 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까다롭지 않게 사람을 대한다는 건, 상대방의 단점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며 친절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로 유지되는 관계는 무탈한 관계다. 탈이 잘 나지 않는다.


결국 나에게 괜찮은 하루란, 병이나 사고가 나지 않는 하루이자, 까다롭게 굴지 않아서 사람들과 잘 지내는 무탈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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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함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얼마 전에 둘째 아이가 찾아온 네잎클로버가 생각이 난다. 나는 마흔 가까이 살면서 네잎클로버를 실제로 처음 보았다. 둘째 아이는 신이 나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 가족은 행운인 거예요!"


무탈한 날을 보내는 무탈한 사람이 되고 싶은 나에게 아이의 네잎클로버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무탈한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걸 줄게.

바로, 엄청난 행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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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전쟁 중에 네잎클로버를 발견하여 허리를 숙이는 사이에 적군의 총알이 스쳐 지나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전해져 올 만큼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하는 풀이다. 동시에 네잎클로버는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는 사람, 즉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주의 깊게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네잎클로버를 발견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같은 누군가는 행운을 발견하지 못 하고, 그래서 전쟁 중에 살아남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행운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무엇이다.


운 좋은 누군가는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인생이 잘 풀리고, 화려하게 성공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거창한 행운과 성공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우리 가족에게 다가오려는 탈을 걷어내고, 괜찮고 무탈한 하루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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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묻는다.


“엄마, 이제는 다 나았어요?”


나는 아이의 네잎클로버를 생각하며 말한다.


“응, 다 나았어.”


그러자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진짜아아- 다행이다.”


아이의 말이 부엌을 가득 채운다. 내가 원하는 무탈함이 아이의 말속에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닫는다. 나의 괜찮음은 행운이 아니라 다행에 있다는 것을.


엄청난 행운으로 당연히 모든 것이 잘 되는 날이 아니라, 소소한 다행으로 뜻밖에 잘 풀려간 날.


그것이 괜찮은 날이고, 무탈한 날이다.


나는 아이의 작은 네잎클로버를 공책에 붙였다. 행운은 공책 속에 그대로 두고, 나와 우리의 삶은 오늘도, 내일도 다행히 괜찮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두통이 완전히 사라졌다. 다행스럽고, 괜찮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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