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는 존재

여섯 번째 오늘

by Sayoo

오늘, 나는 작별을 하는 중이다.


내게 익숙했던 거리와 나를 반기던 눈동자들,

때때로 미워했던 낡은 집과 뜬눈으로 지새웠던 여러 밤들,

발 디딜 곳 없는 나의 실패들과 산만한 여러 과거들로부터.


이제 나는 완전한 자유다.

안녕, 모두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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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나의 이 작별이 나를 완전히 자유롭게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마냥 속 시원하지만은 않고, 울적하고 공허하다. 특히 좋은 사람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얼마 전에 받은 문자 하나가 생각난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연락하지 않아도

언제나 든든한 사람.


떠난다고 하니 슬퍼.

마음이 허전하고 뭉클하고.


비가 내려서 더 그런가.‘


문자를 받은 나 역시 마음이 저렸다. 이대로 그를 떠나면, 우리는 다시는 서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생각보다 좁아서 서너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고, 언젠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될 수 있다고도 하지만, 그런 우연한 재회가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10년 뒤, 30년 뒤, 혹은 죽어서일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므로 어떤 작별은 상실이고, 소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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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작별이 마냥 슬프기만 하지 않은 이유는, 인사하고 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조차 못 하고 헤어진다면 그것은 이별이다. 절대 떨어져서는 안 될 사이가 떨어져 버리는 것은 생이별이다. 이별과 생이별에 비해 작별은 좀 더 가볍고, 꽤 참을 만하다. 작별하기 전에 나누는 인사들이 이별의 아쉬움을 얕게 만든다.


작별 인사를 할 때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내 앞의 이 사람이 오늘 이후로 오로지 내 기억 속에만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그의 지금 모습을 기억 속에 잘 품어야, 나의 남은 생에 그가 조금이라도 얼굴을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문득, 덜 슬퍼하며 작별하는 방법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우선, 작별을 여러 개의 작은 조각들로 나눈다. 나는 작별의 조각 하나를 손에 쥐고, 헤어져야 할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에게 나의 조각을 내준다. 작별의 조각들이 그들에게 하나의 선물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나는 작별을 자꾸만 쪼개어 점점 작게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진짜로 작별하는 날이 되었을 때, 나는 마음 편히 훌쩍 떠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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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누구나 작별하며 살아간다. 우리 모두가 작별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나 역시 오늘 또 하나의 작별을 한다.

작게 조각낸 나의 작별을 소중하게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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