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얼굴

두 번째 오늘

by Sayoo

수많은 얼굴들을 만난다.


낯선 얼굴들이 끊임없이 내 옆을 지나가고, 자동차 안의 무표정한 얼굴들이 도로 위를 달려간다.


무심한 얼굴, 웃음을 띤 얼굴, 울먹이는 얼굴, 졸음이 쏟아지는 얼굴. 한 시인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사용할 얼굴들을 빨랫줄에 널어놓고 살고 있다. 내가 쓸 얼굴들을 말리고, 반듯하게 펴서, 그 얼굴로 오늘을 잘 살아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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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얼굴에 관심을 많이 둔다. 얼룩이 묻지는 않았는지, 더 예쁘게 고칠 곳은 없는지 생각한다. 조명을 잘 받아서 얼굴이 환하게 나오도록 사진을 찍고, 저장하고, 공유한다. 수많은 얼굴들이 이 세상에 저장되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타인의 얼굴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타인이 어떤 얼굴로 하루를 살아가는지, 어떤 얼굴을 널어놓고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어쩌면 지금 이 세상은 자신의 얼굴에만 신경쓰는 타인들로 가득한 걸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보다 행복해지려면,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만큼 타인의 얼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도움이 필요하거나 자신을 잃어버린 누군가는 얼굴로 구조 신호를 보낸다. 타인의 얼굴에서 그러한 신호를 읽어낼 수 있다면, 그래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세상은 살만 한 곳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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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레비나스는 타인의 얼굴에는 윤리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타인이 적이든 친구든 그의 얼굴은 그를 죽이지 말라는 명령의 현현이라고 설명했다. 즉, 타인의 얼굴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 자체로 윤리가 된다. 이러한 타인의 얼굴을 마주할 때에, 우리에게는 고통받는 타인을 도와야 하는 일말의 책임이 생겨난다.


도움이 필요한 얼굴이 어떤 얼굴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얼굴에는 고통이 있다. 시선이 흐리다. 눈에 자신감이 없다.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 얼굴의 미세한 근육이 자꾸만 움직이고, 떨린다.


이러한 얼굴을 마주했을 때에는 그저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얼굴의 경직된 근육이 풀린다. 말없이 옆에 있어준다는 것은 그의 고통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당신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 역시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다, 그때 나 또한 내 곁에 남아준 누군가 덕분에 살아남았다. 이러한 사실을 온 얼굴로, 몸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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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얼굴들을 본다. 길을 걷던 어떤 얼굴이 다른 얼굴에게 소리를 지른다. 혐오와 분노, 질투와 무시가 피어오른다. 얼굴들이 일그러지고, 무너져 내린다.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얼굴들이 자꾸만 늘어난다.


얼굴과 눈이 마주친다. 나의 고통과 너의 고통이 서로 마주한다. 우리는 모두 고통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얼굴로 알아차린다.


얼굴과 얼굴이 함께 살아남기를, 나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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