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오늘
방에 오래 앉아 있다.
방이라고 해봐야 정사각형의 네모난 공간 안에 침대 하나, 화장대 하나, 서랍장 하나가 전부다. 지금의 나는 침대에 파묻히듯이 앉아서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쓰고 있다. 사실 책상이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남는 공간이 전혀 없다.
그래도 불평할 생각은 없다. 부엌에 있는 4인용 식탁을 책상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식탁은 널찍해서 이것저것 하기에 정말 좋다. 그런데 식탁을 책상으로 쓰려면 한 가지 꼭 염두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닦아내는 일이다. 밥 먹기 전에는 지우개 가루를 닦아내고, 글 쓰기 전에는 음식물을 닦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우개 가루를 먹게 되고, 음식물을 읽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매일 이렇게 닦아내는 것이 귀찮고 지겨워서 때로는 그것들을 못 본 척할 때도 있다. 그러다 아끼는 책에 음식물이 묻을 때면, 그제야 닦아냄의 가치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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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평소와 달리 부엌이 아니라 방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이유는 닦아냄과는 관계가 없다. 오늘은 닦아내는 일이 귀찮아서가 아니라 그저 자유롭고 싶어서다. 어디로부터 자유롭고 싶은가 하면, 사는 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먹고사는 일, 누군가를 만나는 행위, 내 주변을 맴도는 시끄러운 언어들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고 싶다.
무언가를 중단하고 혼자 앉아 사색을 하기에 내 방만 한 곳이 없다. 좁고 낮은 방. 필요한 물건들로 가득 채워진 방. 빈 공간이 거의 없어서 생각이 산재되지 않고 나에게로 천천히 모인다.
작은 방이 나를 끌고 내 안으로 깊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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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상이 말한 것처럼, 현대인은 집이 아니라 방에 산다. 집이 없고, 오로지 방만 있는 것이다. 나는 20대 초반에 고시텔에 살아본 적이 있다. 나에게 그곳은 결코 집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방 하나일 뿐이었다. 그 이후 나는 여러 번 이사하여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아파트 역시도 좀 더 넓은 방일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이라는 곳은 나와 가족이 사는 세계여야 한다. 각자가 애정하는 가구나 물건이 하나쯤은 있고, 벽과 벽 사이에 비어있는 공간도 많아서 숨통이 트이는 그런 세계. 하지만 현대인의 집은 어떤 세계라기보다는, 그저 돌아오는 지점인 것 같다. 그 지점은 반듯하고, 네모나고, 좁고, 작다. 그 지점 안에서 사람들은 부딪히고, 서로를 옭아맨다.
현대인은 늘 집을 꿈 꾸지만 어쩔 수 없이 방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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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방 속에서 자유를 찾는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자유는 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서 오는 것이므로.
어쩌면 방에서 사는 게 생각보다 슬프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