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넓이

아홉 번째 오늘

by Sayoo

오늘 나는 넓이에 대해 생각한다.


나의 소중한 사람이 지구 반대편으로 떠났다. 나는 그만큼의 먼 곳을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줄 알았다. 나의 넓이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그래서 그 이상의 넓이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토록 먼 곳이 나의 넓이 안에 쉽게 들어온다. 낯설었던 그 곳이 나에게 의미있는 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그것이 넓이에 대한 자각이다.’


생텍쥐베리가 했던 말이 와닿는다. 소중한 이가 간 곳은 나에게 의미있는 장소가 되었다. 그 유의미한 지점과 나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보니 정확히 12,300km다. 지독하게 긴 거리와 넓이가 조금씩 좁아지고, 가까워진다. 그것은 내가 그를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고, 그 장소에 대해 자꾸 찾아보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많이 보고 싶어서 나와 그 사이의 넓이만 계속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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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넓이는 확실한 숫자로 계산된다. 하지만 또 어떤 넓이는 숫자와 상관없이 넓어지거나 좁아진다. 갑작스럽게 가까워지기도 하고, 한없이 멀어지기도 한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혼자 원룸에 살고 있었다.


“방이 점점 나에게로 좁아져오는 느낌, 혹시 알아? 벽들이 나한테 다가와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야. 어제는 그 느낌이 너무 심해서 바깥으로 뛰쳐나왔어. 너는 그런 적 없어?“


그는 절박해 보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었으므로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 했다. 그를 도울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가 문득 전에 읽었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떠올랐다.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나약해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자신의 넓이를 착각했다. 그의 넓이는 숨조차 쉬지 못할 만큼의 좁은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회사랑 안 맞아. 그만 둬야 해.“ 그는 이런 말을 하면서 자신의 좁아진 넓이를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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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넓이는 눈이 아니라 영혼으로 볼 수 있다.’


나의 넓이가 넓어지는 이유는, 멀리 떨어져 있는 그곳을 내가 의미있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영혼이 넓이를 있는 힘껏 받아들인다. 하지만 어떤 넓이가 좁아지고, 사라지고, 그래서 나를 옭죄여 온다면, 그것은 나의 영혼이 위태롭다는 경고다. 그럴 때에는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영혼이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듣고, 나의 넓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나에게 의미있는 사람과 지점들을 많이 만들어서 나의 넓이를 넓혀야 한다.


방이 좁아진다던 나의 지인은 빠른 시일 안에 퇴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넓이는 방 바깥으로 뻗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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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넓다. 내가 서 있는 이 넓이를 보다 넓히려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또한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도 서너 명 만들어야 한다.


나의 넓이는 소중한 사람들의 위치만큼 넓어지기 때문에. 나의 넓이를 숨쉴 수 있을 만큼은 항상 넓혀놔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삶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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