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을 쓰고 싶어서 책상 앞에 앉으면 막상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괜스레 책상정리나 한다. 학생 때도 그랬지만, 나는 무언가 하기가 싫거나 생각이 많으면 청소를 한다. 그래도 정리가 되지 않으면, 가구배치를 바꾼다. 내 인생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지만, 아무튼 뭐 하나라도 바뀌었으니까 만족한다.
글이 안 써지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다가 이슬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이슬아 작가님의 글을 많이 읽었다. 그는 에세이의 신이다. 그의 글을 보다가 울기도 웃기도 하고 나를 가지고 놀기도 한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그는 무리하지 않고, 자기의 호흡을 지킨다.
이슬아 작가님이 롤이라는 게임을 하면 정말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한다. 롤에는 ‘무리하다’라는 동사가 있다. 롤이라는 게임은 일종의 ‘차례’라는 것이 있다. 우리 팀이 공격하면, 그다음엔 상대에게 차례가 넘어간다. 그 차례를 지키지 않으면, 지키지 않은 쪽이 피해를 입는다. 자기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랑했다가 미워하고 아쉬워했다가 잠시 놓아주는 것을 너무나도 잘한다.
나는 이슬아 작가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영향을 안 좋은 쪽으로 받는 건지, 이슬아 작가님의 책을 읽고 나면, 한동안 글을 못 쓴다. 글을 쓰다가도 ‘아 이슬아 작가님 같은 사람이나 글을 쓰는 건가 보다 난 글렀다’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슬아 작가님은 글을 업으로 삼는 분이신지라 글을 못 쓰면 안 되겠지만, 헬스를 하다 보면 보디빌더들을 생각하며 거울을 보고 근육을 짜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글의 주체를 ‘나’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사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에서 타자들을 빼고 나만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려고 마이크를 놓지 않는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글이 늘어가는 과정이 맞을까? 이것이 올바른 방향일까? 질문이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질문이 많은 사람이 글을 잘 쓰게 되니까 또 자기 위로를 해본다. 그리고 또 내가 쓴 글은 이상하게 파편적인 것만 같아서 이 부분 부분을 신경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쿵 저러쿵을 다 떠나서 계속 글을 쓰고 싶고, 계속 신경 쓰고 싶다. 그리고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