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바다를 보러 가서 오는 파도를 보며, 떠내려가는 모래를 생각했다. 휘몰아쳐 오는 줄만 알았던 파도가 알고 보니 모래들을 가지고 떠내려간다. 산산이 부서지는 모래들이 떠내려가는 것을 한참 보다가 바다에 들어가 몸을 맡겼다.
여행을 가서 읽으려고 책을 챙겼는데, 진짜 책 표지만 만 번 정도 보고 실제로 읽지는 않았다. 뭐랄까, 책 읽으면서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 듣는 것에 로망이 있는데 항상 쉽지 않다. 약간 공부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 같은 거라 그래야 하나..
생각이 많을 때면,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고는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은 항상 도움이 된다. 사는게 다 그런건지,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나이를 빨리 먹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면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이 싫은 것 같다. 한 마흔 쯤 먹으면 불안하지 않을까?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하더라.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미래는 먼저 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현재 뿐이다. 이걸 알고 있는데, 막상 현실을 열심히 사는 것이 쉽지 않다. 현실에는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고, 세상에는 하기 싫은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약간 그냥저냥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중이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넘실대는 파도처럼 떠 다니는 삶이 좋다. 어쩌면 나는 누구보다 더 잘 떠다니기 위해 비우는 연습을 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