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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해성 Jul 30. 2024

들어가며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 글들이 써지는 매 순간 내가 여전히 내 삶을 유지하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 모든 것을 내려놓자며 떠 내려보낸 돛단배를 쫓아 여기까지 와있다.      

 나는 옷 한 벌 주워 입지 못하고 와서 쌀알 한 톨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인생인 것을 너무나도 빨리 알았다. 스물셋, 어른으로서는 미성숙한 나이가 써 내려가는 아주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불행에 관한 글들을 나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 책의 종류를 어떻게 정의하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완전히 허구의 이야기도 아니지만, 완전히 진실인 것도 아니다. 세상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생각대로 재편되기 때문이라고 이해해도 좋겠다. 


 사실, 스물세 살의 글을 쓰는 사람이 삶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두려움이 있다. 사회적으로는 아직 한없이 어린 나이이고, 나라 살림에 이바지(?) 해야 하는 사람이 살고 죽는 이야기나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삶과 관련된 글들을 엮어 책으로 내고자 하는 것은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글들은 내가 거의 평생을 써왔던 글들이 얼기설기 얽혀있다. 정확히는 활자로 정립되지 않은 오래된 생각 같은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내가 범한 오류나 논리적 모순성 같은 것들은 온전히 나의 부족함이다.


 요즘은 다들 잘 사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결국 삶과 죽음을 제외하고는 정답이랄 것이 없다. 정답이라는 것은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되는데, 인생에서 예외가 없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태어났으면 죽는다. 그러니까 우리의 모든 인생은 정답을 맞힐 수밖에 없다. 

 나는 인생의 과정을 지나는 중이고, 언젠가 정답에 도달할 것이라는 점에서 내게는 항상 죽음이 이상한 것이나 무서운 것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어쩌면, 나는 이 과정을 잘 지나오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나름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내 삶은 특별하지도, 잘나지도 않았지만, 기적으로 행해져 왔다. 영원할 줄 알았지만, 영원하지 않았고 상처가 되어 멀쩡히 나을 것처럼 굴더니 흉터가 되는 그런 감정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혼자 이불속에서 울면서 적어 내려간 글들에 대해서 지우고 다시 써 내려가길 반복하는 요즘이다.      

2024. 07. 25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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