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천 개의 파랑'(2020)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을 읽었다.
작년 김초엽 작가와 더불어 가장 주목받은 신예 SF작가였던 만큼 궁금했다. 소문대로 깔끔한 이야기와 감정과 이성의 적절한 비중이 돋보였다!
읽고나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속도 경쟁에 밀려나 쓰러진 사람은 있는지, 생명을 도구로 보는 세상에 상처받은 동물이 없는 지 확인하고,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갔던 서사는 보경과 소방관의 이야기다.
생존확률 3%였지만 소방관의 과감한 용기로 생존한 보경.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하지만, 소방관의 용기는 예상치 못한 순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소방관은 생존확률 80%라는, 언뜻 보면 안전해보이는 수치를 믿고, 구조현장에 투입되지만 결국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생존확률'이란 무엇인가. 온갖 생체정보와 빅데이터를 토대로 내린 숫자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생존확률에 따라 구조여부를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판단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작가의 목소리는 명확하다. '수치화'의 함정을 넘어, 인간의 자유의지이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점이다.
매끄러운 서사와 명확한 캐릭터는 대중소설로서 분명한 장점이다. 머릿 속에 물음표가 뜨지 않아 페이지가 계속 넘어간다.
동시에 해석의 여지는 크지 않다. 아마 읽은 독자들이 대체로 비슷한 감상을 내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탄탄한 이야기와 보편적 감성을 다룬만큼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 정도로 만들어지면 좋을거 같기도 하다.
책에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SF적 쾌감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면 충분히 흥미로운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