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사춘기, 그래도 믿어주면 돌아온다

by 번애프터리딩

사춘기 청소년은 자세부터 다르다.


비대칭한 어깨, 가만두지 못하는 팔다리...

불안하고 삐딱하며 다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사춘기 아이들은

화난 상태(?)로 학원에 온다


나름 티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아직 감정을 숨기는 법을 완벽히 깨닫지 못한 터라

얼굴에 화가 물들어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물어보면

가시돋친 답변(?)이 돌아올때가 많다.


“싫다” “안한다” “짜증난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형용사를 사용한다.


공부가 될리 만무하다.

집중력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숙제도 자주 건너뛴다.

혹여 해온다 해도 정확도는 처참한 수준.


아니면 대놓고 거짓말하거나

번역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조심스레 “요즘 많이 힘들어?”라고 물어보면


대답을 들으면 다행이거니와

그나마 돌아오는 대답은

“왜 공부해야 하나요”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한숨..)

(... 듣는둥 마는둥…)



초6 J는 지난 여름 사춘기를 겪었다.


수줍음이 많지만

천성이 다정하고,

학업 역시 성실하게 임하던 친구였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친구가 있으면

장 먼저 손을 내미는 성격으로

‘매너남’으로 불리던 친구였다.




하지만 여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집중력이 급격히 흩어지더니

이해력도 나빠졌다.


이해가 되지않으니

오답이 늘어났다.

소화하지 못한 진도는 다음 진도의 발목을 잡았다.


숙제 역시

얼렁뚱땅 넘어가는 방식으로 자체 스킵했다.


어른들 눈에는 뻔히 보이는 꼼수였지만

자칫 섣부른 지적이 반발을 부를까 염려되어

대부분 모르는 척 넘어가 주었다.


원장님도 J의 사춘기를 반영해

공부량은 대폭 줄여서

학습적 부담을 덜어주었다


그렇게

여름, 가을이 지나갔다.


다행히 J는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와주었다.


한동안 변화를 캐치하지 못하다가

늦가을의 어느날

문득 달라진 J의 뒷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어깨는 양쪽으로 족히 한뼘은 넓어져 있었고

키도 어깨만큼 쑥 커져 있었다.

새삼 2차성징의 변화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올해 얼마나 컸어?”

“저 18cm컸어요. 작년 10월에 143cm였는데, 최근 재보니 161cm더라고요”

“우와 어쩐지…뒷모습이 달라졌다 싶었어”


멋쩍어하는 J의 미소가 돌아온 것을 보고

여름의 혼란이 잦아들었음을 감지했다.


조심스레 여름의 폭풍같은 사춘기에 대해 물어봤다.


너 여름에 한창 예민했던거 기억나?”

“네.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너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고 그랬잖아 ㅋㅋㅋㅋ”

“아, 그건 아직도 모르겠긴 해요 ㅎㅎ”

“그건 사실 나도 몰라 ㅎㅎ 근데 그걸 아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걸?

“ㅎㅎㅎㅎ 그런가요”




사춘기를 지켜보는 어른들도 불안했지만

가장 힘든것은 J 본인이었을 것이다.


호르몬 변화에 바뀌는 몸과 마음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싶다.


어른들은 키가 크고, 어깨가 넓어지는 것을 '다컸네' 하며 치켜세워 주지만,

정작 본인에겐 당혹감으로 다가왔을 테니까.


이런 혼란함 가운데

마음을 다잡고


단정한 학생의 자세를 강요하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이 아닐까.




물론 중학교를 입학하는 J의 사춘기는

이제 시작일 것이다.ㅎㅎ


지난 여름같은

폭풍의 시기가 여러번 닥쳐올 것이다.


그래도 믿고 기다려주면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와 줄 것이라 믿는다.

지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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