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이상하다는 걸까?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왔는데 기차가 막 지나가고 있다. 그 순간, 어쩔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면서도,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놓친 것도 아닌데 싶은 마음에 다음 기차를 기다리기로 한다.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의자에 앉아 땀을 닦는다.
그렇게 잠시 숨을 돌리며 주변을 둘러보던 중, 건너편 플랫폼에 한 남자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심코 바라본 그의 행동은 단순히 유쾌하고 자유로운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플랫폼 주변에는 그와 함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귀에 꽂힌 이어폰은 음악을 듣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장식처럼 끼워져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그가 가리키는 허공, 혼자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지나치게 과장된 동작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그 행동이 단순한 개성이나 연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건... 조금 이상한 행동 아닌가?'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점차 주변과의 연결을 끊거나, 현실과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면, 그것은 단순히 독특함이나 개성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넘어간다.
나는 그 남자의 행동을 보며 이상행동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단순히 평범한 행동에서 벗어난 것이라면, 어디까지가 '이상하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그런 행동은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걸까?
이상행동을 구분하는 네 가지 판별 기준을 찾아보았다.
'그의 행동은 적응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부적응의 범주에 들어갈까? 주관적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닌 걸까? 아니면 단순히 문화적이거나 통계적으로 특이한 행동일 뿐일까?'
그를 떠올리며 고민하다 보니, 이런 기준들이 나 자신에게도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심리 책에서는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었지만, 현실에서 그 경계는 매 모호하게 느껴졌다. 내가 평소에 느끼는 감정이나 행동은 이 경계의 어디쯤에 놓여 있을까?
내 경험 속에서도 때로는 강의에서 말하는 기준과 맞닿아 있는 부분들을 발견하곤 한다. 예를 들어, 만성적인 우울감을 느낄 때면, 그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상적인 활동조차 힘들어진다. 이때, 나는 종종 피하고 싶은 상황에서 신체적으로 불편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속이 답답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때로는 몸이 떨리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을 떠올리며, '이게 신체화 증상일까?' 하고 스스로 자문하게 된다.
불안감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다. 불안이 극에 달하면,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내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 그 순간에는 급하게라도 연결을 시도하려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실 내가 전화를 걸 때마다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감정을 타인에게 투영하는 것일 뿐이라는 걸 알지만, 그때의 불안감은 그걸 멈추게 하지 않는다.
또,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도 복잡해진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할수록, 내 감정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혼란스러워진다. 그런 순간마다 내가 겪는 감정의 무게가 얼마나 깊은지, 또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런 순간들을 떠올리며, 나 자신에게 '이게 이상한 걸까? '하고 자문한다.
내 감정이나 행동이 이상행동 판별기준에서 말하는 기준 중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 알아보려고 해도, 결국 그 기준이 내 삶에서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나는 내담자들은 적응적인 삶을 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들의 예측할 수 없는 환경적 요소나 혼란스러운 경험들이 불안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들은 종종 자신이 불안하다는 인식조차 없이 신체적인 증상만을 없애고 싶어 한다.
그들과의 상담에서, 때때로 내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나도 종종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때,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집중이 안 될 때 손을 가만두지 못하는 증상도 가끔 나타난다. 그런 증상들은 내가 상담심리사로서 수련을 통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스트레스가 클 때마다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증상들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까?"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는 과정이다. 불안을 없애거나, 완벽하게 적응하려는 시도는 종종 '부적응'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단순히 '이상하다'라고 판단하기보다는, 그 감정과 행동이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것, 그 속에서 길을 찾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적응일 것이다.
내 감정이 '이상하다'라고 느껴질 때,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지만, 내 불안과 우울함을 포함한 모든 감정은 나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결국 나는 그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