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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나를 돌아보는 기회

붉은빛과 구름 속의 혼란


사진 #26


붉은빛과 어두운 구름이 뒤섞인 사진 속 하늘은, 신비로움과 묵직한 고요함이 뒤엉켜 있었다. 이 사진을 찍을 당시 하늘의 구름은 둥그런 네 개의 구멍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었고, 곧 무언가 중요한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을 자아냈다. 창밖으로 펼쳐진 이 풍경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특별한 순간이었다. 언덕의 높은 14층에서 바라본 덕분에 볼 수 있었던 행운의 장면, 그리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 더없이 다행스러웠다.


이 사진을 본 어떤 사람은 붉은빛과 구름의 대비가 혼란스러운 자신의 내면과 닮아 있다고 했다. 신비로움 속에서도 불안을 떨칠 수 없는 마음,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현실을 붙잡으려 애쓰는 자신이 이 하늘과 같다고 했다. 그에게 이 사진은 혼란과 불안을 투영한 거울이었다.


반면, 다른 이는 같은 사진의 하늘에서 희망을 보았다. 붉은빛이 주는 강렬함은 그에게 새로운 시작을 암시했고, 둥근 구름의 구멍은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형태보다 색채가 주는 느낌에 집중했으며, 그 강렬함이 두려움 대신 활기를 불러일으켰다.


같은 사진을 두고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한쪽은 불안과 혼란을, 다른 쪽은 희망과 활기를 읽어냈다. 이 두 이야기를 듣고 나니, 사진은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 풍경을 사진 위에 투사하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읽어내고 싶어 한다.


내가 남긴 이 한 장의 사진은 하늘의 순간을 담은 기록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보는 이들만의 무수한 이야기가 담길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한 해 동안 목표를 향해 달려왔던 나는 시험이 끝난 후 갑자기 멈춘 듯한 고요함에 빠졌다. 밤낮이 뒤바뀌고, 게임과 드라마에 몰입했지만, 마음 한구석의 초조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공허함이 커지며 불안은 내 삶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이 불안은 단지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른 채 살아가는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고요함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은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처럼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감정이다. 중요한 시험 결과나 삶의 전환점에서 우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불안은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주기도 한다. 내일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고, 기대와 긴장 속에서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나는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불안과 고요함이 함께 존재하는 순간들이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고 믿으며, 나는 그 감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마음의 혼란을 외면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집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물건을 치우는 것처럼, 머릿속의 혼란도 정리했다. 그 과정 속에서도 불안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몸을 움직이며 긴장을 풀었다. 운동은 신체의 긴장을 풀고, 뇌는 스트레스를 줄여 마음도 차분해지게 만든다고 한다. 달리기나 스트레칭이 불안을 다스릴 수 있음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과정이었다.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은 때로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그 불안이 우리의 원동력이 되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든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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