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는 것보다 우러나오는 대로 마음을 이야기해 주면 좋겠어.
소리 1
막내는 이제 19살이야.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그런데 나는 막내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 그래서 생각해 봤지. 내가 왜 힘든지를. 막내는 감성보다는 이성에 가까운 이야기를 많이 해. 감성적인 나는 너무 이성적으로 다가오는 막내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나중에 안 사실인데, 막내는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였더라고. 나는 막내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지 못하고 불안과 노파심에 미리 걱정하느라 힘들었던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낀 막내는 자꾸 설명을 하게 되고, 나는 그 설명이 변명과 핑계라는 생각에 듣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야.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로서 부끄러운 과거지만 그로 인해 나도 성장하는 계기가 됐어.
그래서 또 생각해 봤지. 주변에서 내가 힘들어하는 사람이 또 있는지. 역시 설명하는 사람을 힘들어하더라고. 나는 그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듣고 싶은데, 자꾸 설명하는 사람은 가까워지기가 어려웠어. 도대체 설명하는 것과 우러나오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울림
설명하는 것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고, 우러나오는 것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아. 설명하는 것은 어떤 개념이나 감정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전달하는 과정이야. 대상이 명확하고, 이해시키려는 목적이 뚜렷하지. 때로는 감정이 덜 실려 있거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표현되기도 해.
반면에 우러나오는 것은 논리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상태라고 할 수 있어. 의도적으로 표현하려고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지. 그래서 우러나온 말과 행동은 꾸밈이 적고, 전달하는 사람의 진심이 더 강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
사진치료를 할 때도 그런 차이가 있지 않아? 기술적으로 사진을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 사진을 찍은 순간의 감정이나 기억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때 더 깊이 있는 소통이 이루어질 것 같아
소리 2.
그래 맞아. 그런데 자꾸 설명하려고 하는 사람은 어떤 심리가 작용하는 걸까?
울림
자꾸 설명하려는 사람의 마음에는 여러 가지 심리가 작용할 수 있어.
이해받고 싶은 마음 즉,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정확히 전달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될 수 있지.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알면 나를 더 잘 이해해 주겠지'라는 기대감이 있을 수 있어.
또 인정받고 싶은 마음,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이 가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지.
특히 주변에서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거나,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더 설명하려고 할 수 있는 거지.
오해받기 싫은 마음도 있는 것 같아. 내가 의도한 바가 잘못 전달될까 봐 걱정될 때, 또는 상대가 내 말을 다르게 해석할까 봐 불안할 때 자꾸 설명하기도 해. 대화나 상황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마음도 작용할 수 있어. 설명을 통해 상대방이 내 논리를 따르게 하고, 내가 원하는 반응을 얻고 싶어 하는 거지.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확신이 없을 때,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스스로도 명확하지 않을 때 더 많이 설명하려고 할 수 있어. 말로 풀어가면서 나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일 수도 있지.
소리 3
그럴 수 있을 거 같아. 나는 가끔 질문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때가 있어. 이런 건 어떤 심리에서 나오는 걸까?
울림
질문은 받으면 마치 심문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특히 내가 확신이 없거나, 스스로도 잘 모르는 부분을 질문받으면 불편해지지. 내가 틀렸다고 들킬까 봐 혹은 '또 설명해야 하나'하는 부담감이 생길 수 있어. 방어적인 마음이지.
귀찮거나 지친 상태에도 그럴 수 있어.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 질문을 받으면 또 대답하는 것에 피로감이 들 수 있지. 특히 평소에 설명을 많이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더 피로감을 느낄 것 같아. 이 외에도 이미 충분히 말했는데도 이해받지 못한 경험이 많거나 질문을 받으면 마치 내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처럼 책임이 생긴다고 느낄 때 그럴 수도 있어.
그리고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어려운 상황은 스스로도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있을 때인 것 같아. 어떤 질문들은 내 감정을 직면하게 만들기도 하니까. 그 질문에 답을 하려면 내 속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게 어렵거나 부담스러울 때 회피하고 싶어 지거든.
질문받는 게 부담스럽거나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특정한 상황에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질문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 너는 어떤지 궁금해.
소리 4
나는 귀찮거나 지친 상태가 해당되는 것 같아.
울림
그렇구나. 요즘 많이 지치고 있는 건 아닐까? 질문을 받는 게 부담스럽다면 그만큼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도 있어. 혹시 어떤 부분에서 가장 피로감을 느끼게 돼? 단순히 몸이 피곤한 건지, 감정적으로 지친 건지, 아니면 계속 뭔가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들이 쌓여서 그런 건지 돌아보면 도움이 될 거야. 가끔은 질문에 답하려 하지 않고, 그냥'지금은 잘 모르겠어'라고 넘겨도 괜찮아. 질문을 받는다는 건 꼭 답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으니까. 요즘 나를 좀 더 편하게 해 줄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소리 5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할 일이 있다는 것이 활력이 되기도 하는데, 가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게 우울할 때도 있어.
울림
맞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해야 한다는 부담이 될 때는 오히려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 할 일이 있다는 건 내가 여전히 움직이고 있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쉬어도 될까?’ ‘이걸 꼭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 지치기도 해. 어떤 날은 할 일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지만, 어떤 날은 그게 오히려 우울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요즘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들 중에서,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나눠본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혹시 ‘지금은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은 것’도 있을까?
반드시 뭔가를 해야만 의미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 날이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허락해 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 요즘 특히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일이 있어?
소리 6
이제 다음 달부터 학교 강의도 해야 하고 센터도 정식으로 오픈해서 홍보도 하고 돈도 벌어야 하는데 급다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처럼 해야 할 준비를 하지 않고 있어.
울림
해야 할 일들이 분명 있는데, 마음이 급하지 않다 보니 손이 쉽게 가지 않는 거네. 준비를 안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거나, 약간의 불안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 혹시 지금 준비를 미루게 되는 이유가 뭘까? 너무 막막해서 시작을 못 하는 걸까?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손이 안 가는 걸까? 아니면 잠시 숨을 돌리고 싶은 걸까?
마음이 급하지 않은 건 어쩌면 지금 충분히 준비할 여유가 있어서일 수도 있고, 반대로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아서일 수도 있어. 어느 쪽인지 살펴보면 좀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그냥 ‘가장 쉬운 것’부터 손을 대보는 건 어떨까? 예를 들면, 홍보라면 ‘센터에 대한 한 줄 소개를 적어보기’ 같은 작은 단계부터. 그러면 부담 없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소리 7
그래.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마음만 불편하게 있었던 것 같아. 네 말대로 작은 단계부터 천천히 시작해 볼게. 막내와의 관계에서 힘들었던 걸 위로받고 싶었는데 결국 내 마음이 힘들어서 다른 것도 힘들게 느껴졌나 봐. 오늘도 너와의 대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