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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빗소리, 도시의 빗소리

센터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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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를 옮겼다.


같은 건물 11층에서 13층으로,

남향에서 북향으로,

도시 뷰에서 숲 속 뷰로.


햇빛이 잘 들고 탁 트인 센터의 도시 뷰를 보고,

사람들은 말했다.

'여기에 있으면 고민이 있다가도 사라질 것 같다'라고.


한 땀 한 땀 공들여 꼼꼼하게 인테리어를 했는데

원상복구를 하고 13층으로 올라왔다.

아깝고 아쉬운 마음이 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새로 이전한 곳에서 더 안정감이 느껴진다.


남향에서 북향으로 바뀐 것 중 가장 아쉬운 건

바로 '햇빛'이다.

11층 '도시 뷰'에서는 하루 종일 다채롭게 만들어지던 그림자들을

지금은 아침 7시에서 9시 사이,

출근도 하지 않을 시간에만 잠깐 볼 수 있다.


하루 종일 빛의 마법에 감탄을 하며 위로받던 나에게,

그것은 중요한 무언가가 '뚝' 끊어진 느낌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침 7시의 햇살과 새소리,

그리고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계곡을 따라 물이 굽이 치는 듯한,

풍성하고 시원한 빗소리가 들려온다.


눈으로 즐기던 오감의 시간 대신

귀로 누리는 감각의 시간이 찾아온 것 같다.


비 오는 날엔 자주 찾아가던 국형사,

이제 사무실에 앉아 국형사의 숲을 떠올 일 수 있다.

한껏 숲을 바라보고 빗소리를 듣는다.


미묘한 마음을 마음껏 누리면서

한 없이 창 밖을 내다본다.


이사오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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