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비바람이 주는 것.
비.. 그리고 바람.
내가 좋아하는 비와
내가 좋아하는 바람이 만나
비바람이 되었다.
머리칼을 흩날리는 부드러운 바람이
내가 아는 바람의 전부였을까?
언제까지나 평화로울 것 같던 그 비와 바람은
비바람이 되어
우산을 꺾는다.
꺾인 우산을 보며
비를 원망하고
바람을 원망할 수 있을까?
좋아하던 것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
적당한 선을 넘으면
불편함이 되는 것.
그 불편함이 스트레스가 되고
긴장과 각성 상태로
생존을 배운다.
시끄러웠던 마음은
살아가는 방법을 찾으라고
보내는 신호였고,
어쩌다 오작동하는 신호를 만나면
거센 바람과 비의 만남처럼
거친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비를 좋아하고,
바람을 좋아했을 뿐인데
좋아하던 비와 바람이
나를 흔들고 지나간다.
거센 비가 스치는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내 안이 신호를 듣는다.
흐릿한 풍경 속에서도
나를 꺾는 바람을 알아차린다.
창밖의 풍경은 흐려졌지만,
내 마음속 장면은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