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은 생각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기준은 생각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기준은 먼저 말해지지 않는다.]
사유의 기준은
처음부터 명확한 문장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기준은 선언으로 생기지 않고,
사유가 버텨낸 흔적으로 남는다.
무엇을 생각했는가 보다
무엇을 끝까지 버렸는가,
어디에서 멈추지 않았는가가
기준을 만든다.
기준은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을 반복한 이후에 드러나는 결이다.
[사유는 기준을 요구받는 순간 흔들린다.]
사회는 늘 기준을 요구한다.
입장, 견해, 요약, 결론.
그러나
사유가 기준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순간
사유는 이미 외부의 속도에 포획된다.
사유의 기준은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한 내부 장력이다.
그 장력이 약해질 때
사유는 의견이 되고,
의견은 소비된다.
[기준은 반복 속에서 형식으로 굳어진다.]
기준은 유지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사유가 같은 지점에서
여러 번 돌아오고,
같은 질문을 다른 날 다시 통과하며,
같은 속도를 견디는 동안
기준은 점점 말이 아니라
형식으로 변한다.
형식이란
사유가 특정한 방식으로만 움직이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구조다.
[형식은 사유를 가두지 않는다.]
형식은 흔히 오해된다.
사유를 제한하고, 굳히고, 닫는 것으로.
그러나
형식은
사유를 멈추게 하는 틀이 아니다.
형식은
사유가 아무 방향으로나 흩어지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골격이다.
형식이 없는 사유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대부분 오래 남지 못한다.
[기준이 형식이 되는 순간, 사유는 구조가 된다.]
사유가 형식을 갖는다는 것은
완성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사유가 이제 우연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로 들어섰다는 뜻이다.
기준이 형식이 되는 순간,
사유는 더 이상
그날의 컨디션이나 기분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사유는 그 자체의 리듬으로
자신을 다시 불러낼 수 있게 된다.
[형식은 다음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형식은 과거를 고정하지 않는다.
형식은 미래를 가능하게 한다.
사유는
형식이 있을 때만
다음 질문으로 이동할 수 있다.
기준 없는 사유는 매번 처음부터 시작하지만,
형식 있는 사유는
누적된 깊이 위에서만 움직인다.
사유는 다시 묻게 된다.
이어 <사유문명론 - 형식은 어떻게 방향을 유지하는가 -
기준 이후의 운전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