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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소신 Feb 10. 2022

택배 파업 지역에 산다는 것은

나는 현재 택배 파업 지역에 해당하는 곳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살면서 파업으로 인해 택배 대란을 겪는 것이 벌써 두 번째이다. 나는 택배 파업을 지지한다. 물론 양쪽 주장에 약간의 사실이 다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대기업보다는 노동자들의 편에 서고 싶다.

부당한 처우, 지켜지지 않는 약속, 무급 노동 강요 등 택배기사가 파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가나, 그에 반박해 대기업이 내놓는 주장은 택배기사 월 수입 nnn만원! 따위니 별로 신빙성이 없달까. 돈을 그만큼 많이 버니 저딴 처우는 당연하다는 주장이 맘에 안 든다.


대기업이야 무슨 타격이 있겠냐만은 택배 기사님은 당장 생계가 끊겼으니 곤란하시겠고, 나도 주로 인터넷으로 생필품을 구입하는데 받을 수 없으니 곤란하다.

오늘이 2월 10일인데 나는 아직 12월 말에 주문한 물건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번 파업 종료 후의 처리를 생각하면 그 짓을 또 해야 한다니 아찔하다.

1. 집하장에 묶여있던 택배가 판매처로 강제반송 처리되어 판매처에서 환불을 해줌

2. 내가 알아보지 않으면 붕 떠서 아무런 처리가 되지 않음

대체적으로 2번이 많았다. 집하장에서 분실, 혹은 판매처로 반송되었지만 판매처는 받지 않음 혹은 판매처에서 받아놓고도 환불처리 안 하고 내가 전화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기.

내가 구입한 물건들을 일일이 조회하고 확인하지 않으면 물건도 못 받고 돈만 날리게 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심지어 12월에 내 생일이어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물건들이 지금도 발목 잡혀있는데 판매처로 반송되면 환불은 선물한 사람한테 가는 거겠지? 구구절절 또 설명을 해야 하니 피곤하기도 하다.


처음에는 C회사만 파업에 돌입했다. 물건을 구입하기  택배회사가 어딘지 확인하고 C회사만 피해서 주문하면 괜찮았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회사들이 C회사와 거래를 하고 있어서 여기서도 구입할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다. 그런데 C회사로 주문하지 못하는 물건들이 다른 회사로 퍼지면서 물량이 감당이 안되고  파업에 동참하는 회사도 늘어나면서 현재 우리 동네 기준으로는 우체국과 쿠팡맨만 배달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 쇼핑몰의 대부분은 비싼 택배비 때문에 우체국으로는 발송을 해주지 않는다.

당근마켓으로 개인 간 물건을 구매할 때 GS편의점 택배를 적극 활용한다. 편의점에서 편의점으로 물건을 보내고 내가 지정한 편의점에 방문해서 물건을 찾는 시스템인데 택배비가 2000원을 넘기지 않는다. 물론 속도가 일반 택배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이 시국에 이마저도 감지덕지다.


전에 언뜻 듣기로 쿠팡도 뭐가 문제가 많다고 쿠팡 불매, 쿠팡 탈퇴를 많이 봤었는데 지금  동네에서는 쿠팡이 아니면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할  있는 방법이 불가하다. 쿠팡맨 차량이 골목 한가운데를 막고 주차해있어도 감사한 마음으로 옆을 살살 비켜서 간다.  


시부모님이 맛있는 과메기를 보내주신다고 해도 '거기 택배회사 어디래요?'라는 것부터 먼저 물어봐야 하고 결국엔 맛있는 과메기를 포기해야 하는 슬픈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파업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뉴스를 검색해도점 점 대기업이 이기적인 택배기사들이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몰고 가는 것이 보여서 더 기가 차고 있다. 물론 기업도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니 이해는 가지만 적당히 해처 먹고 파업을 종료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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