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목욕하고 운동하라
후쿠오카는 작은 도시다. 유후인이나 나가사키같은 근교를 가지 않으면 크게 볼 것도 없다. 그런 도시에 2년 연속 갔다. 그것도 설 연휴때마다. 그리고 아마도 내년에 시간이 맞는다면, 내년 설에 또 갈 것 같다. 왜냐고 묻거든 먹 으 려 고!
가깝고, 비행기 표가 싸다는 것 외에 후쿠오카가 좋은 이유는, 굳이 멀리 가지 않고도 맛있는 것들을 잔뜩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쿄나 오사카도 마찬가지지만, 나처럼 주로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바글바글한 대도시보다 조금은 차분하고 얌전한 후쿠오카가 딱이다. 겨울에 복작거리면 더 싫으니까..(이건 뭐 여름도 마찬가지)
작년에 먹고 너무 감동해서, 첫날 도착하자마자 바로 먹으러 간 히쯔마부시. 조금 무리해서 上으로 시켰더니 장어도 듬뿍 올라가있고 정말 흡족했다. 4등분을 해서 한번은 대파를 올려먹고, 한번은 와사비랑 먹고, 한번은 차에 말아서 오차즈케로 먹고, 나머지 한번은 가장 맛있었던 방법으로 먹으면 된다. 나는 그냥 적당히 3등분 해서 먹었다. 뭐 한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가 없어. 다 맛있으니까!!
일본은 편의점 음식들이 진짜 좋다. 저 계란샌드위치도 계란이 아주그냥 꽉꽉 들어차있어서 둘째날 아침으로 먹었고, 푸딩과 그 유명한 로손 롤케이크는 욕조에 몸 담그고 목욕하면서 맥주랑 같이 먹었다.
발레 레슨 가던 날 텐진 근처에서 먹은 텐진호르몬. 곱창과 소고기, 그리고 숙주를 철판에서 볶아준다. 가게도 작고 대기인원도 많고, 먹기엔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좁은 다찌자리지만 저 소고기가 진짜 예술이었다. 사르르 녹는게 고기에 마법을 부려놓은 것 같았다.
조금 이른 점심으로 텐진호르몬을 먹고 발레수업을 하고 나오니 2시반쯤이었다. 배가고파서 들어간 이치란 라멘 본점. 육수는 진하게+면은 보통으로 해서 비법소스 2단계로 택했다. 쪽파를 넣고 계란반숙을 넣으니 진짜 국물이 뼛속까지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맥주까지 곁들이니 운동한 보람은 사라졌지만 맛으로 다 덮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건 입욕제였다. 일본은 워낙 목욕문화가 발달해서 작은 비즈니스호텔도 다 욕조가 있다. 러쉬도 싸다. 러쉬에서 첫날 입욕제 4개를 사와서 하루에 하나씩 했다. 입욕제 하나에 6-7000원정도이니 조금 사치스러웠지만 엄청난 만족감이었다. 향도 좋고,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서 초밥을 먹고, 롤케이크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하카타의 유명한 흑당커피와, 추천받은 큐슈 간장맛 감자칩! 먹을땐 맛있는줄 몰랐는데 오니까 또 생각나...
마이센 가츠샌드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별로였지만 맛있긴했다. 너무작았어...더사올걸...
신선한 사시미가 잔뜩 올라간 카이센동도 최고였다. 11시에 문 열자마자 갔는데 모닝맥주와 함께 먹으니 세상 황홀함.
이걸 먹으러 다시 갔다해도 과언이 아닌 모츠나베 된장맛. 여기에 면 사리 넣어 먹으면 장난아니다. 하나도 안느끼함. 다만 이때 내가 맥주를 안먹은게 천추의 한이다.
마지막날 조식으로 먹은 우설구이! 숙소에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비 몇백엔 빼고 딱 밥값 맞춰 남겼다가 사먹어서인지 더 기억에 남는다. 조식세트인 우설구이 정식에 날계란 하나 추가해서 밥에 올리고, 간장 넣어 김에 싸먹었더니 진짜 최고다. 남들은 일본김 두꺼워서 맛없다고하는데 나는 일본김이 더 취향이다.
공항에서 잔돈 털려고 산 편의점 옥수수빵도 화룡점정!!!
이번 3박4일 여행은 정말 먹으러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끊임없이 먹고, 먹고, 먹었다. 다만 죄책감을 덜기 위해 운동을 하고, 반신욕으로 땀을 좀 뺐을 뿐이다. 타지에 가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하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먹고 목욕하고 발레했던, 그래서 가장 좋았던 이번 후쿠오카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