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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륜 Feb 15. 2017

갈때는 가볍게, 올때는 무겁게-후쿠오카 지름기

후쿠오카 상점을 털고 왔다

이번 설 연휴에 혼자 다녀온 후쿠오카는 애초에 '관광'을 할 계획이 없었다.

먹고, 책보고, 글쓰고 운동하는 게 계획의 전부였던지라 숙소도 옮겨다닐 필요 없이 하카타역 바로 앞 호텔을 잡았다. 걸어서 정말 1분이면 하카타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카타역은 우리나라 고속터미널역 같아서, 백화점도 여러개 연결돼있고 맛집들도 역 안에 우글우글 모여있다. 역 밖을 나가지 않고도 아침,점심,저녁을 다 먹고 쇼핑까지 끝낼 수가 있는데다 공항까지 가까워서 3박을 내리 이곳에 묵었다.

첫날 오후에 하카타역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장어덮밥을 먹고, 첫날부터 폭풍쇼핑을 했다. 숙소에서 쓸 입욕제 네개를 러쉬에서 사고 우연히 들른 무인양품에서 파스타 소스와 볶음밥 소스, 카레, 문구류, 차, 친구들 선물 줄 고구마말랭이를 사왔다. 일본의 무인양품은 우리나라보다 훠어얼씬 싸다. 무인양품 노트와 펜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나는 이렇게 잘 진열된 물건들을 보면 약간 심장 한구석이 간질간질해지면서, 왠지 이것들을 사야될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무인양품에서 온갖 소스들과 차 티백을 보며 정말 다! 쓸어오고싶었지만 유명한것 몇개만 종류별로 사왔다. 그중에는 괜찮은 소스도 있고 실패한것도 있다. 전반적으로 내 입엔 조금 짠것같다.

사실 이번에 돈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간 곳은 발레용품점인 챠코트와 실비아였다. 텐진미나미역 근처에 있는 챠코트에서 먼저 이런저런 발레용품을 사고 실비아로 갔는데, 막상 살만한 게 별로 없어서 실비아에서는 구경만 하고 나왔다.


챠코트에서는 발레천슈즈와 땀복, 레그워머, 요가매트 위에 깔고 쓰는 요가러그, 발레쌤 드릴 키링과 유명한 챠코트 파우더, 그리고 엽서와 메모지를 샀다. 우리나라에는 챠코트 제품들이 많이 안들어와있을뿐더러 비싸다. 사실 예쁜 레오타드가 있으면 하나 살 각오로 갔는데,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레오타드가 없었다. 그리고 너무 비쌌다. 한벌에 10만원이 넘어갔는데, 우리나라 레오타드들과 비교해서 썩 좋다는걸 못느꼈다. 실비아에는 예쁜게 간혹 있었는데 사이즈가 S밖에 없었다.


일본은 취미발레 인구가 많아서 전반적으로 조금 저렴할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것만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타이즈도 국내보다 훨씬 비쌌다는 새로운 발견... 나중에 런던이나 파리를 가서 발레수업 듣는김에 그곳에서 이런저런 발레용품들좀 사와야겠다.

텐진미나미역 챠코트에서 운동을 하고, 하카타까지 걸어오는 길에 돈키호테에 들렀다. 돈키호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여행을 가면 쓸어온다는 드럭스토어인데, 욕심내지않고 딱 필요한 것만 사왔다. 휴족시간과 어깨찜질팩(이거 진짜 대박임. 거의 하루종일 뜨끈뜨끈하니 어깨나 허리 아플 때 붙이면 딱이다. 다음에 가면 이거 잔뜩 쟁여올거다), 동전파스, 구내염패치, 안경 기름기 닦는 티슈, 친구들이 부탁한 파우더시트.


일본 드럭스토어 제품들은 진짜 너무좋다. 예전에 사왔던 동전파스가 집에 아직 있었는데, 잠을 잘못자서 어깨가 심하게 뭉쳐 진짜 고개도 까딱 못할 정도였을 때 동전파스 붙이고 하루종일 있었더니 많이 풀려서 저녁에 운동도 갈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일본제품들 완전 신뢰한다. 나를 낫게 하소서-

그 외에도 면세점에서 산 것들과 회사사람들에게 돌릴 일본 간식,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나눠줄 유명한 로이스 감자칩초콜렛, 내가 먹을 로이스 아몬드초콜렛 등등을 잔뜩 사와서 완전 양손 무겁게 돌아왔다. 분명 갈때는 캐리어 절반을 다 비워갔는데, 저렇게 잔뜩 샀으니 도무지 넣을 자리도 없고 무게도 넘쳐서 결국 공항에서 잔뜩 손에 들고 오느라 어깨가 빠질 뻔 했다.


그래도 역시 남는건 물건밖에 없다고, 일본에서 사온 발레용품들은 너무너무 잘쓰고있고, 선물도 다 잘 했고, 사온 소스들로 주말마다 파스타 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번에 큰 돈을 쓴 것들은 아니지만 사소한 물건들, 작은 제품으로도 소소한 만족감을 오래 누리게 하는게 일본 쇼핑의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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