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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륜 Jun 09. 2016

오래된 전자책을 다시 꺼내다

생일을 맞아 다시 시작하는 독서 프로젝트

전자책을 처음 산건 2012년 8월이었다.

당시 나는 중국으로 인턴을 가기로 예정돼있었고, 그 인턴 기간동안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게다가 일도 하게된다면 나는 엄청 알찬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다 헛된 꿈이었다)


많은 책을 들고 가기엔 짐이 무거워 생각한 방법이 전자책이었다. 내가 고른 전자책은 아이리버 스토리K HD 김훈스페셜로, 김훈 작가의 저서가 수록된 특별판이었다. 그 책값을 생각하면, 10만원정도였던 전자책 값이 크게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자책은 얇고 가벼웠지만, 액정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어 바깥에 마음껏 들고다니기는 어려웠다. 터치스크린이 아닌 키보드 조작 방식도 조금 불편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책은 종이로 봐야지 제맛' 이라는 생각이 강해, 인턴기간이 끝나고 나서는 한참을 책장에 꽂아만 두었다.


입사를 하고 나서 좀 시간이 지나는 동안, 부끄럽게도 책을 많이 못읽었다.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 피곤하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예전만큼 책이 간절하게 읽고싶지 않았다. 책을 간절하게 읽고싶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의도적으로 비소설만 찾아다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피곤한 와중에 짬을 내어 책을 읽는데, 업무에 도움이 되는 헬스케어 관련 책, 사는데 도움이 되는 경제서적, 이런저런 분석서만 읽었기 때문에 재미가 없고 책에 시들해졌다.


하지만 나는 어떤 형태로든 '글을 써야하는 직업'이기때문에 점점 고갈되는 내 문장력, 어휘력과 짧아지는 집중력이 갈수록 느껴져 고통스러웠다.


정말 '재밌는 책'을 읽고싶었다.


한번 잡으면 후루룩, 눈을 뗄 수 없을정도로 빨려들어가는 문장들과 읽을수록 생생해지는 글 속의 풍경을 느끼고싶었다. 그렇게 책에 대한 욕심이 다시 생길때 쯤, 생일선물로 서점 기프트카드를 받았다.


그날 밤 바로 서점 홈페이지에 들어가 읽고싶었던 소설들을 마음껏 담아넣었다. 책이 배달 오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ebook에 바로 다운받아 앉은자리에서 한권을 뚝딱 해치웠다.

ebook은 전자잉크를 쓰기때문에 태블릿PC로 보는 것보다 눈이 덜피로하고, 아날로그의 냄새도 풍긴다. 종이의 냄새와 촉감은 아쉽지만, 그 무게와 보관의 불편함을 생각해봤을 땐 ebook도 꽤 경쟁력이 있다.


무엇보다 특정 서점과 연결된 ebook shop을 애용하다보니, 여러 기기로 동시에 다운로드가 가능해 한 권을 구매하면 집에서 전자책으로도 읽고, 짬짬이 이동중엔 (전자책을 들고다니기엔 액정파손의 위험이 있어..) 핸드폰으로 볼 수도 있다. 언제든 원하면 꺼내볼 수 있는 문장들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셈이다.


특히 좋은건 내가 옆으로 누워읽어도, 엎드려읽어도, 앉아읽어도 책장을 넘길 필요가 없으니(버튼하나 까딱하면 된다) 자세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열독을 할 수가 있다.


새삼 느끼는 전자책과 e-book shop의 편리함은 다시 내 독서욕구에 불을 붙였다.

4일간 4권의 책을 읽었고, 계속해서 다음 책을 알아보고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전자책도 유용하지만 최근에 나온 기기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 궁금해, 다음주엔 서울국제도서전과 디지털북페어를 가 볼 계획이다.

어떤형태로든 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긴건 환영할 일이다. 끊임없이 문장을 읽고, 상상하고, 나름의 해석을 하는 과정은 사고의 확장을 가져다준다.


생일을 기점으로 다시 다짐한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문장을 쓰고, 많은 상상을 하겠다고. 전자책은 꽤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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