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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륜 Jun 28. 2016

사람 만나는것과 비슷한, 리드 길들이기

클라리넷 레슨일지 #4

사람과 익숙해지는 것 만큼이나 리드 길들이는 것도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어찌보면 1)좋은 리드를 골라내 잘 길들이 2)나와 호흡을 맞추고 3)하지만 그런 노력과 정성을 쏟아 함께 연주를 하던 리드도 영원히 쓸 수 없고 곧 갈라지고 말라가 수명을 다한다는 것이 사람을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악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리드를 전부 못쓰게 된 걸 알고 새 리드 한통을 샀다.

열 개가 들어있는 새 리드 한 곽에서 지금 절반을 뜯었는데, 이 중에 쓸만한 게 한 개밖에 없다.


리드가 쓸만 하다는 건, 내 호흡에 맞춰 깔끔한 소리를 내어주고

갈라지는 소리나 흔히 삑사리 라고 하는 스퀵이 덜 나야 한다.


오늘 레슨에서 선생님이 듣다듣다 못들어주시겠는지 (Listen Listen I can't listen...요즘 가장 좋아하는 드립 ㅋㅋ) 리드 바꾸고 그 리드는 갖다버리라고 하셨다.


리드를 바꿔도 소리가 그모양이었으면 내 주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어 긴장하고 리드를 바꿔꼈는데, 다행히 리드케이스에 꽂아뒀던 리드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1번 리드로 바꿔꼈더니 깔끔하고 예쁜 소리가 나더라.

4만원짜리 리드 한 통에서 쓸만한게 많이 나와야 3~4개 정도라고 하니 어찌보면 좋은 리드를 많이 만나는 것도 복권당첨처럼 운이 따라줘야 한다.


이런 운은, 감정을 좌우한다.

처음 리드 포장을 뜯고 물을 적실 때의 긴장 반 설렘 반의 감정, 마우스피스에 리드를 꽂고 첫 호흡을 내쉴 때의 신중함, 그리고 곧 희망과 절망으로 나뉘게 되는 감정들-



이날 레슨이 끝나고 나서, 리드에 대해 많은 조사를 했다. 전공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합성재질로 나온 리드가 있어 늘 한결같은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물에 적실 필요도 없고, 미리 길을 들일 필요도 없으며 언제 어디서나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한단다. 사실 엄청 혹했다. 아마 내 성격상 한 번은 사서 써볼 것 같다.


사람도,마음도 그 무엇도 한결같을 수 없을텐데, 마음도 변하고 사람도 변할텐데 너는 한결같다니.


리드를 골라내고 길들이는 과정은 악기를 부는 또다른 재미일 수도 있다. 리드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고 날씨와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다른 리드는 변화무쌍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가끔은,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은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에 이렇게라도 위안을 받으며 악기를 불고싶을 때가 있을테니 이건 투자할 가치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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