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넷 레슨일지 #5
'이런 취미를 가진 남자는 만나지 말아라' 라고 하는 3대 취미가 있다.
자전거, 카메라, 낚시(요즘은 캠핑을 치기도 하더라) 인데, 그야말로 돈 잡아먹는 하마들이라 그런 별명이 붙었다. 돈만 잡아먹으면 다행이게, 자전거 타고 슝 나르고, 출사나간다고 나르고, 낚시간다고 떠나버려 결국 돈도 님도 다 보내버리는 취미인 셈이다.
헌데 나는 악기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어디론가 떠나버릴' 걱정은 덜 할지 몰라도 돈 들어가는건 만만치 않다. 역시나 이번에도 또, 질러버렸다.
지난주 오케스트라 연습을 갔는데 타병원 교수님이라고 하시는 어떤 분이 1st 파트를 불러 오셨다. 나는 처음 뵌 분인데, 같은 악기를 하는데다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이라고 하니 마치 딸대하듯? 해주셨는데 역시나 악기 부는 사람들은 통성명을 하기도 전에 "무슨 악기 써요" 를 물어보나보다.
"악기 뭐예요?"
"부페.. E11이요, 옛날 모델이에요"
"어우 그래도 E11이면 좋지. A클라는요?"
"아직 없........ 그냥 악보를 이조 해왔어요"
"이조해서 분다고? 어려울텐데.."
"돈이 없어서 ㅠㅠ...A가 비싸더라구요..."
"화이팅 해봐요.."
짠한 대화가 끝났다.
그래도 악보를 계속 봐온 덕분인지 이번 합주는 덜 당황하고 잘 끝났는데, 악기 정리를 하다가 옆자리 교수님 리드케이스에서 합성리드를 보았다. 궁금했던 걸 여쭤보니 그래도 결론은 '쓸만하다'였고, 낙원으로 달려가 레제르 리드를 샀다. 레제르만 샀음 다행이게? 메트로늄이 되는 튜너와 악기스탠드도 샀다. 비싸고 작은 놈으로 질렀다.
레제르리드를 끼고 토요일에 레슨을 해봤다.
아무래도 내 레슨선생님은 합성리드를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샀으니 그냥 끼고 불었다. 저음에서는 크게 다른걸 못느꼈는데 라-시-도 운지할 때 소리가 깔끔하고 편안하게 잘 나왔고, 음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줄었다. 문제는 하나 사고나니 더 다양한 리드가 궁금한거다. 3도 써보고싶고, 3 1/4도 써보고싶고, 마우스피스도 이런저런 조합으로 써보고싶고...! 큰일이다.
악기도 우에벨 클라리넷(b플랫)과 A클라가 자꾸 눈에 밟혀, 먹을걸 줄이고 입을걸 덜입어야 할 것만 같다. 결혼 언제 할 지도 모르는데 결혼자금 모으고 있는걸 걍 써야하나 싶다. 음악이 취미인 사람들도, 왠지 경계해야할 것만 같다...돈이 술술 나가... 그리고 그게 바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