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봄, 그리고 여름을 겪다
지금 나는 제주에 와있다.
수요일 근무를 마치고, 이틀 휴가를 내서 제주에 내려왔다. 여름휴가를 겸해서 내려왔는데, 사실 이번 제주방문은 '느루하우스 송별회'가 목적이다.
1월1일, 한라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겠다며 밤새 산을 타고 올랐던 때에 인연을 맺어 올해에만 이곳에 네번째 오고있다.
조용한 제주의 서쪽, 고산리에 있는 느루하우스는 크지않지만 단정하고 아늑하다. 모든 방은 1인실,2인실이라 투숙객들도 모두 조용한 편인 것 같다. 덕분에 고요하고 편안한 여행이 된다.
이곳에서 묵으며 올해의 겨울과 봄을 보냈고 이제 여름을 맞으려 한다. 느루하우스에서 맞는, 아쉽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여름인 셈이다.
동백꽃이 피어있던 겨울, 눈이 쌓인 한라산을 밤새 걷던 기억, 칼바람을 맞으며 구름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대방어를 먹었다. 아직은 황량한 오름에 올라 그 나름의 운치를 즐기고 맥주를 마셨던 순간들- 따라비오름이 너무 예뻐서, 지금도 가끔 사진들을 꺼내본다.
투명한 제주바다를 손에 잡을 수 있던 봄, 숲길을 거닐고 꽃향기를 맡았던 날. 바람이 따수워 살살 걷기만 해도 좋았던 제주의 땅. 흙냄새와 풀냄새가 싱그러웠던 제주의 봄.
제주에서의 여름은 어떤 기억을 남겨줄까. 느루에서 맞는 여름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인데, 시간이 부디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
느긋하게 천천히, 제주의 여름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