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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륜 Jul 30. 2016

여름밤 도심 옥상에서 영화와 음악을

낙원상가 하늘공원에서 즐기는 한여름의 금요일 밤

지난 주말, 더위에 지쳐 집에 드러누워 리모컨을 돌리다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봤다.

<낙원상가> 에 관한 이야기였다.

악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낙원상가에 들릴 일이 잦아졌던 터라, 관심있게 다큐멘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생각보다 낙원상가에 담긴 이야기도 많았고, 상인들이 상가 활성화를 위해 시도하고있는 프로젝트들도 하나하나 재미있었다. 연습실도 만들어두고, 반려악기 캠페인도 진행하고...


그 중에도 가장 관심있게 본게, 하늘공원에서 진행하는 야외공연이다. 자주 드나드는 낙원상가 건물 위에 이런 예쁜 공연장이 갖춰져 있는 줄 몰랐다.

그래서 바로 핸드폰을 들어 낙원상가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마침 금요일에 영화상영을 진행한다는 거다. 짧은 공연도 함께. 블로그 댓글로 초청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는데 아직 덜 알려져서인지 사람들이 댓글을 별로 안달았길래 냉큼 달았다가, 당첨됐다(내가 왕년에 당첨의 신이었다. EBS스페이스공감도 4번인가 당첨되고, 개콘 유희열의스케치북부터 뭐 라디오사연, 수많은 공연들... 20대 초반엔 정말 기회가 많이 돌아왔다).

그래서 어제 퇴근하자마자 남치니를 만나 낙원으로 향했다. 아침에 어마무시한 비가 쏟아졌던 터라, 행여 취소되진 않을까 미리 전화했는데 천막치고 진행한다고 했다. 비가 오고 나서 좀 시원할 줄 알았는데, 너무 끈적끈적 후덥지근한게 아쉬웠다.


이름을 말하고 종이팔찌를 두 장 받아 들어가니 (여기서 남치니는 혹시 고등학생이냐는 오해를 받았는데 좋아했다.......좋으니....ㅋㅋ) 무선헤드셋을 줬다. 덕분에 영화는 무선헤드셋으로, 깔끔한 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의자는 없이, 인공잔디 위에 방석이나 다른 깔것들을 놓고 알아서 앉는 구조였는데, 오전에 미리 전화를 해서 정보를 입수했던 터라 사무실에서 남는 큰 보자기(과일선물 들어오고 남은 보자기)를 가져왔더니 안성맞춤이었다. 끈쩍끈쩍 들러붙지도 않고!


한켠에서는 호가든 한 병씩을 컵에 담아 줬다. 더운날 시원한 맥주, 그것도 남친은 안마시니까 내가 두 잔을 마셨다. 아아. 영화에, 음악에, 맥주까지... 이보다 더한 호사가 있을까

영화를 보기 전, 30분정도 짧은 공연이 있었다. 제이얼랏이라는 싱어송라이터의 공연이었다. 감성적인 목소리가 끝나고,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한 영화를 보고(초등학교 4학년의 여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만한 상황과 그때의 감정들...)맥주도 먹고, 가져간 빵도 뜯어먹고 있었다.


그때, 비가 갑자기 어마무시하게 쏟아졌다. 소나기같았는데 천막 끝자락에 앉아있던 우리는 너무 끈쩍거리고 비도 맞고 해서.. 영화 결말을 한 10분 남겨둔 채로 내려왔다.

비록 날씨가 안도와준 낙원에서의 첫번째 공연이었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한여름밤을 보낼 수 있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남들은 잘 모르는 또 하나의 유흥거리를 찾은 기분이다. 


한강다리밑영화제처럼, 우리도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런 행사에 죽고못사는 나는 너무 즐겁다. 슬슬 돗자리 가지고 나가서 강바람 맞으며 치킨먹고 영화도 보고, 퇴근하고 낙원에서 만나 옥상에서 영화보고 익선동 골목에서 밥먹고- '저녁이 있는 삶'이란 이런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낙원상가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음악이 나의 중고등학생 시절을 지켜주었고, 지금도 내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처럼 낙원상가가 오래오래 남아서 내가 음악을 하는 동안에도, 그리고 나중에 생길 내 아이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낙원에서도 한 달에 두차례정도는 다양한 공연을 한다고 하니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면 또 낙원에서 하는 공연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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