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영화제는 언젠가 한번 꼭 가야지, 가야지 했는데 이상하게 연이 안닿았었다.
제천에는 2011년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하계캠프에 참석하면서 한 번 가봤지만 학교안에만 콕 박혀있었기에 제천에 대한 기억이 학교말고는 거의 없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음악영화' 그리고 '음악' 과 '영화' 라니, 왠지 작은 도시 전체가 풍악을 울려댈 것만 같은 느낌이었고 곳곳에서 영화제 깃발이 나부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참 전부터 보고싶은 영화를 고르고, 예매 시작일에 맞춰 대기하고있다가 수강신청하듯이 예매하고,
차표와 숙소를 잡았다. 부산영화제만큼은 아니지만 꽤 치열했기에, 현장도 엄청 북적댈 줄 알았다.
막상 도착한 제천은 너무 작은 도시였다. 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숙소까지, 식당까지, 영화관까지 다 갈 수 있었다. 도시에서는 영화제 분위기를 느끼기가 어려웠다. 영화관 바로 앞에만 깃발이 조금 나부낄 뿐이었다. 다행히 영화는 너무 좋았지만 마땅히 들어가 밥 먹을만한 식당도 많지 않고 날씨도 더워, 같이 와준 남자친구한테 조금 미안할 지경이었다.
조금 제천영화제에 실망하려던 찰나, 저녁 단편영화를 취소하고 의림지에서 하는 '의림썸머나잇'을 택했는데, 이게 정말 신의 한수, 일당 백 이었다. 내 제천영화제는 의림지 방문 전과 후로 나뉜다.
의림지는 선선했다. 많이 덥지도 않고 물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왠지 물냄새가 번져오는 것 같았다. 사실 바닷내음만큼 그렇게 냄새가 강하지는 않았는데도.
공연은 락밴드와 재즈밴드, 그리고 오케스트라였는데 가족단위로 찾아온 관중들은 일어나 춤을추고, 돗자리를 펴고 할머니와 손자가 모여앉아 치킨을 먹으며 음악을 들었다.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었다. 관중들은 자유로웠다.
사실 영화제에 이렇게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모인걸 처음봤다.
주로 영화제는 대학생들, 젊은층, 혹은 영화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어른들이 오는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의림지에는 중년의 부부가 편안한 옷차림으로 손을 잡고 보러오고, 열 살도 되지 않은 것 같은 어린아이가 언니들과 엄마 손을 잡고 공연을 보러왔다.
부산만큼 번잡하지도, 사람에 치이지도 않았다. 스멀스멀 풍겨오는 컵라면냄새와 치킨'향기' 가 이 만인의 축제를 함께 장식했다.
의림지 한켠에서는 플리마켓이 열렸다. 생각보다 참여한 가게도 많았고 쏠쏠하게 구경했다.
먹을만한 건 많지 않았지만 맛집콜렉터인 애인덕에 맛있는 등갈비도 먹고 곤드레밥에 메밀전까지 원샷 클리어.
점심고기, 저녁고기까지 알차게 챙겨먹은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다.
여행은 단촐했다. 영화를 봤고, 음악을 들었고, 걸었고, 먹었다.
내 후배는 매년 제천영화제를 찾는다고 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엔 '이 볼 것 없는 작은 도시에 매년 온다고!? 정말 지겹겠다' 싶었는데, 지나고 돌아오니 벌써 내년에 다시 가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꼭, 세명대 기숙사 패키지로 가야지.
밤에 대학교 기숙사에서 잠도자고 영화도 보고 간식도 먹어야지. 다시 영화제 찾아다니던 대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