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해바라기를, 겨울에는 동백꽃을
올해들어서만 네번째 향하는 제주였다.
이제는 산도, 오름도, 바다도 한 번 씩 가보았기에 '새로움'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숙소에서 편하게 먹고 쉬며, 책이나 읽고 오자 생각했던 여름휴가였지만
단 하나 새로운게 있다면 '해바라기 꽃밭' 이었다.
제주의 여름을 '꽃'과 함께 보내겠다고 의도한건 아니었다.
그저 인스타를 검색하면 많이 나오는 카멜리아힐이나 가볼만 하겠다 생각했었는데, 내가 간 시기는 이미 7월이라 카멜리아는 많이 시들었고 딱 이시기에 볼 수 있는 해바라기가 장관이라길래 들러보았다.
큰 기대 없이 들른 '김경숙 해바라기 농장' 이었지만, 의외의 아름다움에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누군가는 환공포증이 생긴다고 할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농장에서, 나는 생각도 못한 생동감을 느꼈다.
쭉쭉 뻗어있는 해바라기에서 뭔지모를 뜨거움과 함께 의외의 독립적인 모습도 느껴졌다. 여리고 아기자기한 느낌보다는 기개있고 강인한 느낌이랄까.
나중에 웨딩사진 부케를 고른다면, 해바라기 부케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태생인 나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사람들이 흔히 고르는 부케는 아니어서 좀 고민이지만.
해바라기 말고도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초록 녹차밭도 여름느낌 물씬 풍겼다. 그 옆에서, 많이 시들었지만 수국도 볼 수 있었다. 과연, 제주의 꽃은 유채만 있는게 아니었다.
제주에서 겨울과 봄, 그리고 여름을 느끼면서 바다와 산, 오름 말고도 여러 모습을 보았다.
겨울에는 바닷가와 맞닿은 귤피농장에서 상큼한 귤피밭을 보았고, 동백나무에 아기자기하게 피어있는 븕은 동백꽃 또한 아름다웠다.
제주의 여름은 뜨겁다. 뜨겁고 습한 섬에서 열심히 자라고 있는 여름꽃들 덕분에 심심할 뻔 했던 내 여름휴가가 향긋한 기억으로 남았다. 물론, 제주의 바다도 꽃처럼 아름다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