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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륜 Jul 24. 2016

화려한 도시의 뒷골목, 마카오

마카오 2박 3일, 호텔 카지노보다 좋았던 로컬음식점의 훠궈

보통은 홍콩과 마카오를 묶어서 같이 가는데,

우리는 시간도 없었고 홍콩은 내가 몇번 가봤던 곳이라 크게 감흥이 없었다.


사실 마카오도 이미 다녀오긴 했지만, 그때는 홍콩에서 당일치기로 반나절 잠깐 다녀온게 전부라 마카오에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 다시 간다면 마카오의 야경과 카지노, 그리고 음식들을 섭렵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마카오에 갔다.

역시나, 4월임에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마카오의 밤은 화려했다.

카지노는 총알이 별로 없었기때문에 (둘다 그런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서) 살짝 맛만 보는 정도에서 멈추고, 우리는 최대한 많이 먹으러 다녔다.  

홍콩에 혼자 여행갔을 때 두번이나 찾아가서 먹었던 팀호완 딤섬.

 저 바베큐번이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달콤한 번 안에 짭쪼롬하게 졸여진 고기. 그리고 언제먹어도 옳은 하까우(새우딤섬)과 연잎에 싸서 찐 찹쌀밥.


*여담- 팀호완을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데 마카오에 생겼다그래서 냉큼 찾아갔던 곳인데, 여기서 먹고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등짝스매싱을 당했다. 애기의자에 앉아있던 애기가 의자 테이블을 계속 위로 들었다 놓았다 했는데 그 테이블이 뒤로 넘어오면서 내 등짝을 확 친거다. 좁은 식당에서 그렇게 장난치는 애기를 가만 두는 그 부모도 짜증나고.. 내 옆에있던 홍콩 아줌마가 더 놀래서 나를 엄청 달래줬다. 잘 먹다가 마지막에 기분 확 상한 곳.


나는 마카오의 번쩍번쩍한 카지노, 화려하고 엄청나게 넓은 호텔과 쇼핑센터보다도 타이파빌리지같은 마카오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들이 더 좋았다. 타이파빌리지는 골목골목이 예쁜 곳이었고, 작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우리가 마카오에서 먹은 것 중에 가장 비싼 아이들. 아프리칸치킨과 새우커리였다. 유명한 포르투갈 식당에 가서 먹었는데 맛있긴 했지만 돈 생각하면 쪼끔 아쉬웠다. 그래도 여기 인테리어가 워낙 예뻐서 인생사진 몇장 건짐. 사실 크랩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크랩은 더 비싸서, 그건 한국 와서 비슷한 걸 사먹었다.

이건 기대 안하고 먹었던건데 너무너무 맛있었다! 바게트같은 빵 안에 갈비구이같은 고기를 한덩어리 구워 슥 끼워주는건데, 별다른 양념도 없고 해서 무슨맛이지-하고는 첫날 그냥 넘겼다가, '한번 먹어나보자' 해서 사먹었던 거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바게뜨도 바삭 쫄깃하고 너무맛있고, 고기도 잡내 하나 없는게 진짜 맛있었다.

마카오에 가면 꼭 먹어보길.

이게 진짜진짜 정말 베스트!!!!! 우리는 둘다 중국어를 할 수 있어서, 크게 거부감 없이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은 로컬맛집들을 찾아보았는데 '마카오식 훠궈' 집이 있었다.


사실 훠궈라기보다는 전골?같은 느낌인데, 탕의 종류도 우리가 고를 수 있었다. 온갖 해산물이 잔뜩 들어있고, 국물도 시원했다.


훠궈도 맛있었지만 훠궈보다 더 맛있었던 옥수수튀김!!!!!!! 이거 정말 물건이다. 고추랑 마늘을 같이 넣고 튀겼는지, 매콤한 맛에 짭쪼롬함, 옥수수가 알알이 터지면서 고추 향이 확 퍼지는게 진짜 맥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조금은 심심하고 깔끔한 해산물 훠궈에 정말 잘 어울리는 사이드메뉴였다.

도전의식을 가지고 먹어본 새우알 비빔면은 뭔가 뻑뻑한 맛이었다. 가늘고 뻣뻣한 계란면에 새우알을 잔뜩 비벼먹는데, 새우깡을 가지고 건면을 만드면 이런 맛일까?싶었다.


에그타르트는 첫날 숙소 가는길에 우연히 발견한 골목에서 사람들 줄서있는걸 보고 먹었는데, 그 이후에 몇 집을 더 가봐도 그 맛이 안나서 결국 첫날 발견한 집만 몇 번 더 갔다. 정말 뜨거울정도로 따뜻한 커스타드에, 바삭한 페스츄리가 너무 조화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카오의 야경이 예뻤다. 밤에 살랑살랑 나와서 산책하는데, 낮보다 훨씬 조용하고 예쁜 불빛에, 이 앞에 앉아 서로 도란도란 한참 얘기를 나눴다. 별 얘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그날의 분위기, 공기, 조명, 그리고 입에 남아있는 에그타르트의 부드러움이 꿈같이 느껴지던 마카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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