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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륜 Jan 31. 2017

오랜만에 합격 두글자를 받아들었다

중국문화원에서 중국어 강의 듣기

취업준비를 할 때엔 합격과 불합격, 두 갈래길로 나뉘는 그 순간이 너무나 싫었다. 

수십번의 서류를 넣고 필기시험을 보고 떨어지고, 면접을 보고 떨어지던 그때로 돌아가면 다시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지금 이순간이 너무 좋지만, 그래도 가끔은 '합격' 이라는 짜릿한 두글자를 받아들고 싶을 때가 있다.


언어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설령 그 언어와 관계없는 일을 하더라도, 언어공부를 완전히 놓아서는 안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느낀다. 


내 친구들을 보더라도 거의 그렇다. '언젠가는 다시 공부해야 하는 것' 이라는 생각을 안고있다. 사람마다 그 이유는 다르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울면서 외운 중국어를 잊어버리는게 원통해서' 공부를 계속 하고싶다. 비록 다른 전공을 살려 취업을 했지만, 1학년 때 도서관에서 밤새 울면서 공부하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직장인이 혼자 공부를 한다거나 주중에 꾸준히 수업을 듣는건 보통의 의지 없이는 너무 힘들더라. 불규칙하게 벌어지는 이벤트에 자유롭지 못한 홍보팀 직원에게는 더 그렇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이, 제대로 배우지만 이왕이면 저렴하게 배우고 싶은게 사람 욕심이다.


그런 이유로 폭풍검색을 하다, 주한중국문화원을 발견했다. 집에서 거리는 조금 되지만 중국정부에서 운영하기에 일단 믿음이 갔고, 수업료가 엄!청! 저렴하며, 무엇보다 수업을 신청할 때 면접을 봤다. 일정 레벨 이상의 사람들이 수업을 듣게 한다는 의도다. 


나는 주말시사반을 듣고있다. 

면접은 중국어 전공생에겐 너무너무 쉬웠지만 (어디에서 유학했나, 중국 관련 일은 하고있나, 왜 수업을 들으려고 하나, 중국문화원은 어떻게 알았나 등등)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면접이라 들어가기 직전까지 살짝 떨렸다. 


수업에는 4,50대 어르신부터 그 이상이 되는 어르신들도 많다. 나는 다행히 예전에 대외활동 하면서 알게됐던 동생(얘도 신방과 전공인데 중국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둘이 통하는게 많았다) 이랑 같이 수업을 듣고있지만, 우리를 제외한 대부분은 40대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어르신들은 중국에서 20년동안 사업하다 오신 분, 모 항공사 임원, 퇴직하신 교수님(자문교수?!) 등등 다양한데, 다들 설령 회화는 서툴지언정 보내주는 신문기사미리 예습을 엄청나게 해오신다. 수업은 막 한사람씩 시키고 그런게 없어 부담은 적지만, 기사 내용이 반기문 대선출마할것인가....와 같은 아주그냥 최신!최최최신!기사들도 보기때문에 예습을 하지않으면 수업시간에 멍때리기 딱 좋다.


올해는 이 시사반을 병행하면서 만료된 HSK6급을 다시 딸까...하는데 내 의지가 과연 허락을 해줄지 모르겠다. 따서 뭐하나 싶기도 하다. 이직할 것도 아닌디. 


http://www.cccseoul.org/03_sub/3c_sub01_6.php

중국문화원 수업은 일년에 네 번 신청을 받고, 한번에 3개월 정도씩 진행된다. 선생님들도 너무좋고, 발음도 정말 표준발음이라 가만있어도 팅리공부가 되는 기분! 나이 들어서도 쉬엄쉬엄 중국어 공부하고싶을 때 가면 딱 좋을 것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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