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륜 Oct 30. 2016

글감을 상실한 이후의 나날들

음악과 춤으로 달랜 올 가을

하루를 가장 많이 차지하던 내 일상은 아무래도 회사였다.


자연스레 글감도 가장 많이 얻었고,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일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자의 반 타의 반..은 아니고 자의 10%, 타의 90%에 의해 일과 관련된 글을 몽땅 비공개로 돌리고, 한동안 많은 상실감이 들었다.


글을 통해 소통하고, 내 일을 알리는 일에 기뻤던 지난 시간들이 모조리 부정당한 기분이라 그 상실감을 잊기 위해 일부러 브런치 접속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냄새가 났고, 6개월간 준비한 오케스트라 공연을 마쳤고, 여행을 다녀왔고,

게임에 빠졌었고, 다시 발레를 시작했다.

악기를 다시 잡으면서 교수님 손에 이끌려 합류한 회사 동호회 오케스트라는, 생각보다 좋은 홀에서 멋지게 공연을 마쳤다. 리허설때까지도 조마조마했었는데 다행히 실전에는 강했다(객원 선생님들 덕분인듯)


일부러 많은 사람들을 부르지 않았다. 원체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에 낯설기도 하고,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싫었다. 그래도 회사 동기들과 선배들, 가족들, 남자친구 덕분에 그닥 서운하지는 않은 첫 연주회였다.


연주 전까지 일주일에 많게는 4번을 만나 연습했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 내년 봄까지는 한동안 합주가 없다. 이제 겨우 면을 트고 친해질 것 같았던 다른 단원들과 또 한참 거리를 둬야한다는 게 가장 아쉽다.

공연 준비로 마음이 바빴던 초가을을 지나, 늦가을인 지금은 춤으로 헛헛함을 달래고 있다.


발레는 어릴 때 조금 오래 했다가,대학때 잠깐, 그리고 취업하고나서 반짝 2~3개월정도 다시 했었다.


학원이 조금 멀리 있어서 자꾸 안가게되고, 사람 많은 학원이라 치이고 하는게 너무 싫어서 그만뒀는데 여름에 크로스핏을 잘못한 이후 허리와 고관절, 무릎이 너무 안좋아져서 자세도 다시 바로잡을겸 집근처 발레학원에 1:1강의를 등록했다.


조금 무리해서 1:1로 등록했지만 수업 결과는 대만족!!!! 내 체형과 현재 문제상태를 정확히 분석해서 맞춤으로 하다보니 마사지 받는 것처럼 너무나 시원하고 좋다. 크로스핏하면서 생긴 허벅지 앞근육 같은건 예쁘게 다시 펴서 정리하고, 허리와 고관절을 다시 잡고, 유연성(골반은 다 열려있으나 무릎 뒤가 너무 굳었다)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 오래 만나던 사람과 헤어지고나서 내 인생의 기준과 삶의 계획이 '가정을 꾸리는 것' 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하게 된 이후, 정말 많은걸 할 수 있게 됐다. 음악도 그랬고, 여행도 그러하고, 이젠 발레다.


일에 대한 얘기를 풀 수 없는 건 너무 아쉽지만, 다른 재밌는 일들이 내 삶에 많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젠 그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