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상실을 견디는 한 아이의 방식

by 사유독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책리뷰. 오스카라는 아이를 통해 상실과 사랑의 흔적을 따라가는 깊고 조용한 소설.

슬픔은 늘 같은 얼굴로 오지 않는다.
누군가는 소리 내어 울고 누군가는 오래 침묵한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방식으로 슬픔을 견딘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바로 그런 슬픔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홉 살 소년 오스카가 있다.
오스카는 평범한 아이처럼 보이지만 결코 평범한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머릿속은 늘 수많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고 말은 빠르며 감각은 예민하다.
그 아이가 아버지를 잃은 뒤 남겨진 세계를 통과하는 방식은 울음이나 체념이 아니라,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아버지의 유품 속에서 발견한 하나의 열쇠.
오스카는 그 열쇠에 담긴 의미를 찾아 뉴욕 곳곳을 찾아다닌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것은 비밀을 푸는 여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오스카가 정말 찾고 있는 것은 열쇠에 맞는 자물쇠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사라져 버린 아버지와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희미한 가능성이라는 것을...

이 소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상실을 정면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한 아이의 복잡한 내면과 불안한 움직임을 따라가게 한다.
그래서 독자는 슬픔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듣지 않아도 그 무게를 느끼게 된다.
오스카는 울음을 길게 보여주는 아이가 아니다.
오히려 똑똑하고 사랑스럽고 때로는 당황스러울 만큼 집요하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마음이 아프다.
아이는 아이답게 울기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실을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내가 붙잡게 된 것은 사건보다 마음이었다.
오스카가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지나가는지가 중요한 동시에, 그 모든 과정이 한 사람의 부재를 견디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사실이 오래 남았다.
가까이 있었기에 더 선명하고, 너무 소중했기에 도무지 사라졌다고 믿을 수 없는 존재.
제목이 주는 감각 역시 그런 마음과 닿아 있다.
세상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상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가까이 있다.
이 책은 슬픔을 다룬 소설이지만 단지 슬픔에만 머물지 않는다.
상실 이후에도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고,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라도 사랑을 계속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소설은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라진 사람을 잊지 못하는 마음, 사라졌기에 더 선명해지는 존재, 그리고 끝내 그 빈자리와 함께 살아가는 일.
그 깊은 흐름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라고 느꼈다.
누군가는 오스카를 조금 낯설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몇 장만 더 읽다 보면 알게 된다.
그 낯섦은 이상함이 아니라 슬픔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을 통과한다.
어떤 사람은 무너지고, 어떤 사람은 멈추고, 어떤 사람은 끝없이 움직인다.
오스카는 마지막 쪽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안쓰럽고 더욱 사랑스러운 인물로 남는다.
책을 덮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뒤에야 더 또렷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오늘의 사유-
상실은 끝이 아니라 사랑이 남아 있는 방식을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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