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지 않는 태도
겸손한 사람을 떠올리면
우리는 종종 말을 먼저 생각한다.
낮추는 표현, 조심스러운 어투,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태도.
하지만 오래 지켜보면
겸손은 말이 아니라 몸에 남아 있는 습관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겸손이 몸에 밴 사람은
자기 차례가 와도 급하게 나서지 않는다.
불편한 침묵을 견디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굳이 채우지 않는다.
그들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괜찮아요.”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건 나중에 이야기해도 돼요.”
이 말들에는
자신을 낮추겠다는 의지도,
인정을 받겠다는 조급함도 없다.
그저 상황을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태도가 있다.
겸손이 몸에 밴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자리를 살핀다.
지금 이 말이 필요한지,
이 순간에 꼭 내가 나서야 하는지.
그래서 그들의 말은 늘 한 박자 늦고,
그 한 박자가 관계를 편안하게 만든다.
반대로
겸손해 보이려는 태도는
대개 말이 먼저 나온다.
“제가 부족해서요”
“별건 아니고요”
라는 말이 앞서고,
그 뒤를 설명이 채운다.
하지만 몸에 밴 겸손은
설명을 남기지 않는다.
말이 끝난 자리에도
여백이 남는다.
나는 요즘
그 여백을 가진 사람을 유심히 보게 된다.
그리고 묻게 된다.
나는 말로 나를 낮추고 싶은 사람인가,
아니면 태도로 자리를 남기고 싶은 사람인가.
가면의 무대에서
끝까지 남는 것은 말이 아니라
반복된 태도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물러설 줄 아는 사람으로,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알아보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겸손이 성격이 아니라
삶의 자세가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