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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침 오늘 아침 Jun 04. 2023

일 년에 하나만 선택하라면,

03. 일하는 사람을 위한 사유


누가 뭘 하든 어딜 가든 뭘 먹든 원체 부럽지가 않지만 그런 나도 가끔 예외가 있는데. 이틀 전부터 보이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milan. design.week '현장은 드물게 배 아파서 못 살겠다. 나도...



#밀라노디자인위크 는 메인 전시인 국제 밀라노 가구 박람회 #살롱드모빌레 @isaloniofficial 와 장외 전시인 #푸오리살로네 @fuorisalone 로 구분된다. 살롱 드 모빌레가 일종의 서울 홈리빙 페어의 확장판(이라고 하기에 비교 불가 할 수준이지만 예시는 예시로)이라면, 장외 전시인 푸오 리 살로네는 도산-성수-연남의 해외판(이것도 매한가지)으로 이해하면 쉽다. 해당 구성 아래 '수 천 개의 전시가 한 도시에서 동시에 열리는 기간'이다 보니 주요 전시장 서너 곳을 제외하면 브레라 그리고 람브라테, 토르토나 지역으로 이어지는 장외 전시는 버려진 창고부터 체육관, 개인 정원까지 모두 튀어나와 난데없을 발견의 즐거움이 도처에 가득하다. 호기심 많은 이들의 발길이 푸오리살로네에 집중적으로 모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


호기심을 이기는 세월은 없다는 것의 증명


골목과 골목 사이에 길게 늘어선 행렬


기간 내 밀란 중심가는 차량 통제하고 트램만 운영하기 때문에, 운동화를 신고 어깨를 스치며 걷다 보면, 이상한 골목 또는 이름 모를 건물 앞에 뭔지도 모르고 서있기 일쑤다. 옆을 둘러보면 일에 미친 업계 담당자나 사진찍기에 미친 젊은이와 함께 지팡이를 벗 삼아 걷는 어르신부터 젤라토 냄새 폴폴 나는 꼬맹이까지 섞여 있는데 그 장만으로도 인상적이다. 대부분이 무료이니 베스킨에서 쿼터를 채우는 것처럼, 줄만 잘 골라 서면 그게 뭐든 제법 멋진 공간에 들어설 수 있다. 그렇듯 선택 장애를 넘어 실종 신고 겪은 상황이 다반사이니 낮이고 밤이고 정신을 손에 꼭 쥐고 걸어야 한다. 게다가 곳곳에 널린 와인은 맛있고 커피와 음식은 말해 뭐 해, 지쳐서 스타벅스 리저브에 앉으면 화보 촬영장이 따로 없으니 생기를 얻고 나오는 식이다. 그렇게 며칠을 걷고 보고 마시다 보면 공항을 갈 때가 되고 라운지에 앉아 다음 해에는 '더' '잘' 싸돌아 다니겠다고 다짐한다.


기간 내 하루 한 번씩 들른 그 가게


밀란의 사월은 다 있지만 남은 것이 없는 곳이다. 예를 들면 전시 오프닝 며칠 전 요청받은 행사 차량을 구하려면 파리까지 가서 빌리는 수밖에 없는 식이다. 그 전쟁 같은 시간을 거치면 사거리 신호등부터 동네 카페까지 밀라노는 하나의 전시장이 되는 것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가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최근 몇 년간 두각을 보인 영 아티스트나 누구나 사랑할 법한 탑 아티스트가 함께 작품을 채우는 구조는 뻔하다. 하지만 그들이 뻔하지 않은 것은 일상의 공간을 과감히 쓸 수 있는 디자이너와 기업들, 그리고 수년간 이 행사를 이끈 놀라운 경험치의 전문가집단, 마지막으로 다채로운 시각으로 현장을 만끽하는 관객에 있다. 그 덕분에 아침마다 호텔 로비에서 펼쳐지는 광경도 볼 만하다. 이곳은 최전선에 투입되는 전사의 느낌도 있고, 다음 행선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이도 있다.


두오모는 밤이 더 아름다웠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돈냄새가 나면서 제법 아름답기가 어디 쉬운가. 그 저력이 있어서인지 어느 곳 보다 빠르게 턴 어라운드한 것으로 보이는 #MDW #milanodesignweek #fuorisalone 마지막으로 저런 곳에선 밥심이 제일 중요해서 하는 말인데.  한식은 두오모 성당 뒷골목에 있는 Hana가 좋다.


(이 글은 2022년 6월 4일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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