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일하는 사람을 위한 사유
그 시간을 선택한 것은 나였다.
사진만 우아한 것이지 칸으로 향하는 스텝 밴 안에서의 적막과 공포가 고스란히 떠오른다. 지난 한 달간 회사 앞 호텔에서 겨우 샤워만 하며 밤낮으로 준비했지만, 극장 앞 구역 허가 전시 품목의 통관 현지 스텝과 조율 등 그렇게 매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를 안아 들고 도착하는 것이다. 아이폰이 끌어올린 4년 전이란 그런 날이다.
도망치지 않고 책임지는 것은 상상보다 고통스럽다. 게다가 자의로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과정에선 거듭 좌절하게 된다.
한참이 지나 각자가 내일을 마주하는 태도가 다름을 인정하면서, 우리가 타인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은 이해보다는 믿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신은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나를 이해할 수 있는가. 스스로도 끊임없이 의심하는... 나를 말이지. 우리는 그저 믿어주면 되는 거야.'
대체로 설득시키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어쩌면 타인이 아닌 우선 자신에게 필요한 행위이다. 그걸 반대로 하면서 나는 괴로워한 것이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라는 결론에 가까워지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다.
단,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안된다.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끊임없이 남다르게 탐색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선이 닿는 태도가 바뀌는 사이 선택의 결론은 옳았다는 것을 점차 확인하게 되었고, 그건 내가 알면 된다.
나를 응원하고 믿는 것은 내가 먼저 하면 된다.
당신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