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일하는 사람을 위한 사유
이 글은 직장인을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 또는 '자기 발견에 게으른 사람' 그리고 때로는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없이 하는 소수의 탈 직장인 선언자 집단을 저격한다.
프리랜서나 1인 기업이 스트레스 강도가 낮거나, 과거에 건강하지 않은 조직에서의 경험 등은 납득 가능한 지점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 성향이 있다는 배경을 깡그리 무시하고, 퇴사가 잘 팔리는 시대를 이용하는 태도인데. 이건 뭐 방송부터 출판까지 콘텐츠로 먹고사는 곳은 가리지 않고 남발하니 욱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회사를 악의 축으로 동료는 혐오의 대상으로 치부하길 바라는 카피의 강연과 서적 홍보와 마케팅은 이미 불편한 수준을 넘어선다. 대다수의 직장인이기 때문에 소수의 프리랜서가 이야기하는 자기 주도적 선택과 자유, 그에 곁들인 어려움과 고난 이야기는 선택을 강요한다. 퇴사를 꿈으로 갖게 된 그들은 팬이 되고 그 결과 마감을 앞둔 작가가 계획에 없던 여행을 충동적으로 떠나면서, SNS를 통해 편집자에게 원고가 늦을 것이라는 선언을 하는 행동을 팬들은 자신감이라고 해석하고 자유가 부럽다는 식의 동조를 낳는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장면이다.
내가 경험한 사회는 나 혼자 잘해서 잘 되는 일이란 없었다. 그러니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기획자와 편집자의 사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고, 기획자는 광고주를 측은지심으로 볼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관계성을 기초로 일을 잘하기 위한 첫걸음은 신뢰이며, 그 시작은 시간을 지키고 약속을 잊지 않는 것이라 배웠다. 조직에서 동료들과 천태만상의 세상과 마주하고 사건사고를 겪는 사이, 축적된 경험이 주는 단단함은 글이나 강연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긴다. 평생 혼자 일해서 먹고사는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혹시 그렇다 해도 무인도에서 비행기로 생필품을 조달받으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필요한 경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좋지 않았던 경험을 증거 삼아 직장인으로 ‘안주하는 삶‘이라는 팔리는 타이틀로 거칠게 떠드는 장면은 불편하다. 그건 내가 퇴사를 안 해봐서도 아니고 회사 생활이 마냥 행복해서만도 아니며, 성실한 직장인으로 지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직장인으로 월급 외에 조금 괜찮은 어른이 되는 다양한 방법을 배웠다. 그건 단순히 좋은 동료나 그보다 괜찮은 조직에 있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제아무리 일찍 철이 들고 어른스러운 말로 주변을 아우른다 해도 동료와 신뢰를 쌓는 과정에서 오는 갈등을 도망치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겪는 것. 어떤 세대이든 과도기를 치르는 시대의 역할이 필요하고 지금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책임지고 완수 중이다. 그러니까 오늘 하고 싶은 말은 다가오는 월요일에도 직장인으로 출근하는 나를 대견하다고 멋지다고 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