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와 루키의 합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어느덧 3주 차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합사 과정이 익숙해질 만하면 자꾸 새로운 일들이 생겨 지루할 틈이 없네요.
15일째, 9월 14일
밖에서 하루랑 마주치는 시간을 점점 늘리고 있습니다. 루키는 아직 무는 강도를 조절하진 못합니다. 둘이 놀다가 격해지면 루키가 하루 볼을 세게 잡아당기고 무는 경향이 있습니다.
16일째, 9월 15일
잔디를 뜯어 먹는 버릇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완벽히 고쳐지진 않았습니다. 그동안 계속 루키를 통제하려고 했던 것 같아서 오늘은 잔디를 조금 뜯게 해줬습니다. 지렁이 댄스도 허락했고요. 개들은 지렁이 냄새를 좋아해서 잔디에 지렁이가 죽어 있으면 몸을 비비면서 그 냄새를 묻히려고 하는데, 물티슈로 닦아도 냄새가 쉽게 안 지워집니다. 그래서 하루가 지렁이에 몸을 비비려고 하면 못 하게 하는 편인데, 그동안 힘들었을 루키를 위해 오늘만은 실컷 비비게 내버려 뒀습니다.
17일째, 9월 16일
이날 처음으로 울타리를 살짝 열고 잠깐 하루랑 인사하게 해줬습니다. 나오자마자 입질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산책하면서 계속 하루와 인사했던 게 효과가 있었는지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물론 둘이 잘 놀다가 중간에 격해져서 다시 분리했습니다. 당분간은 서로 진정됐을 때 잠깐씩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8일째, 9월 17일
최근 들어 하루와 놀다가 격해지는 날이 많아서 당분간 따로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루키는 혼자 있어도 잘 노는 스타일입니다. 요즘 들어 제가 밤샘 작업이 많아서 형광등을 눈부셔하길래 천장이 있는 소프트 켄넬을 사줬습니다. 그런데 늘 켄넬에 있던 녀석이라 그런지 오히려 침대를 선호하더군요. 밤이 되면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제가 일 때문에 불침번을 서게 되면서 오히려 루키가 편하게 잔 것 같습니다.
20일째, 9월 19일
중성화 수술할 때 묶어두었던 실밥을 풀었습니다. 예방 접종하러 갔을 땐 주사가 아파서 입질하고 도망쳤는데, 이젠 긴장하면서 절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병원에서 간식도 잘 받아먹었습니다. 하루가 크면서 작아진 옷이나 하네스가 루키에게 꼭 맞습니다. 차마 못 버리고 놔둔 것들인데 다행입니다.
22일째, 9월 21일
하루는 요새 엄마랑 긴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살고 있어서 두 마리의 주 보호자를 나눌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하루가 산책하러 가면 잠깐씩 거실에 루키를 풀어줍니다. 다른 공간도 익숙해지고 하루 냄새도 맡을 수 있게 해주려고 합니다. 처음 거실에 나왔을 땐 너무 긴장하는 것 같아서 집안 곳곳에 간식을 놔둬서 노즈워크를 하게 해줬습니다. 그 이후로 조금은 편해진 것 같습니다.
25일째, 9월 24일
저, 하루, 루키 셋이 바나나를 나눠 먹었습니다. 하루랑 루키는 엎드리게 하고 저랑 나눠 먹으니 둘 다 덜 흥분하는 것 같았습니다. (참고로 엎드릴 줄도 모르던 루키에게 손, 기다려, 엎드려를 가르쳤습니다. 이게 다 간식과 인내심의 합작품이죠.) 루키에게 처음으로 닭고기 간식을 줬는데, 너무 맛있었는지 다 먹고 나서 낑낑거렸습니다. 이제 하루랑 루키는 제법 사진도 잘 찍게 됐습니다.
28일째, 9월 27일
루키가 처음으로 거실에서 잔 날입니다. 하루가 일찍 방에 들어가서 자길래 루키를 거실에 풀어놨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오래 걸려서 또 밤샘 작업을 하게 됐는데, 루키가 거실에서 잘 자길래 내버려 뒀습니다. 루키는 방 밖에서 나는 소리를 경계하곤 했는데, 거실에서 자는 걸 보니 이제 우리 집에서 편하게 지내도 된다는 걸 인식한 것 같습니다.
이로써 하루와 루키의 한 달간의 합사 과정 기록을 마치려 합니다. 하루와 루키는 아직 간헐적 합사를 진행 중입니다. 안전문만 두고 울타리도 치웠습니다. 안전문도 치우려고 했는데, 둘이 분리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있어서 안전문은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둘 다 흥분했을 땐 같이 두지 않고, 서로 진정했을 때만 만나게 해줍니다. 각자 쉬는 공간도 따로 있고, 밥도 따로 먹습니다. 산책하러 같이 나가지만 루키는 제가, 하루는 엄마가 데리고 다닙니다. 산책 후엔 둘 다 흥분해서 하루는 거실에, 루키는 방에 분리해 두고요. 서로 쉴 땐 따로 쉬고, 거실에서 같이 놀다가 너무 격해지면 말리고 혼내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게 아니라서 친남매 같은 우애는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씩 둘 다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22년 1월 기록 추가
루키가 우리 집에 온 지 어느덧 5개월째를 향해 갑니다. 하루랑 루키는 서로 의지하며 붙어 자기도 하고, 놀다가 격해져서 싸우기도 하며 평범한 남매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루키가 하루랑 놀고 싶어서 엉덩이로 치거나 깨물 때도 있고, 하루가 혼자 신나서 갑자기 루키를 추격하면 루키가 도망칠 때도 있습니다. 둘이서 싸우길래 혼냈는데, 나중에 보니 꼭 붙어서 자고 있더군요.
형제가 생겼다고 해서 마냥 평화로운 날만 계속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 가족도, 개들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 가족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어떻게 둘이 한 공간에 둘지 걱정이 앞섰고, 루키의 공격성에 심란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루키는 사람을 좋아하고, 어릴 때 사회화가 되지 않아 다른 개랑 노는 법을 잘 몰랐을 뿐이죠. 이젠 앉아, 엎드려, 기다려도 잘하고 최근에는 '하우스'라고 말하면 켄넬에 들어가는 것까지 배웠습니다. 잘 때는 제 옆에서 꼭 붙어서 자고 이젠 자다가 쓰다듬어도 으르렁거리지 않습니다.
지난 4개월 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준 만큼 앞으로 루키와 함께할 날들이 기대됩니다. 유기견에서 반려견으로 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