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_31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하나쯤 ‘비밀’이라 말하는 것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러하듯.
물론 여기서 비밀이라는 것은 정말 나 이외의 아무도 모르는 일보다는 나를 포함한 몇 사람만이 ‘비밀’이라며 공유하는 것들을 말한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우스운 것이 ‘비밀’이라고 입에다가 집어넣고 자물쇠를 잠구는 순간 그때부터 더욱더 그 비밀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별 개의치 않을 일도 비밀이 되는 순간 어딘가 모르게 계속 신경이 쓰이고 자꾸 떠올려 생각하게 된다.
내게도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래서 그냥 비밀처럼 저 깊은 곳에 묻어두는 따지자면 ‘비밀’ 같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런데 어제저녁 그 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는 일이 있었고 그때부터 그 일에 자꾸 생각이 흘러가게 됐다.
별 일 아니니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마치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걸 말하지 못해 병이 날 것 같던 그 사람처럼 마음이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대나무 숲을 찾아갔다.
나의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친구에게 털어놨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친구에게서 어떤 특정한 반응을 기대한다거나 이 일을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어딘가,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더 이상 비밀이 비밀이 아니게 될 만큼 터뜨려 버릴 것 같았기에 그저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묻어가려고 했다면 또 몇 날 며칠을 끙끙 앓았을 일을 단 한 사람에게 털어냈을 뿐인데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아 질 수 있다니. 이러니 역설적으로 ‘비밀’이라는 건 정말 존재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에 확신을 더하게 된다.
혹시 지금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 있다면, 그리고 그 비밀 때문에 내 마음이 무겁다면 누구라도 좋으니 대나무 숲이 될만한 사람을 찾아 뱉어내 보길 바란다. 나만의 비밀일 때 보다 우리의 비밀이 되었을 때 훨씬 마음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