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게 보내는 고백 1. - ‘너라는 존재’
너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날
나는 기쁨보다 두려움을 먼저 느꼈다.
나에게 찾아와 준 너를 환영하기보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기 바빴다.
처음 너를 확인하러 병원으로 가던 길.
전혀 달라진 것 없는 배에 어색하게 손을 얹고
수백 번 고민했다.
“임신이네요. 축하합니다.”라는 말에
조금은 다른 눈물을 흘렸다.
몇 번이고 포기하려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 데
자꾸 눈물이 나더라.
쉽게 잠들지 못했다.
너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일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너를 받아들이겠다 마음먹었음에도
쉽사리 흔들렸다.
모두들 임산부라며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배려해주고 염려해줄 때
나는 그 행동들에 자존심이 상했다.
너로 인해 나라는 사람의 모든 것이 제어된 기분이 들었다.
내 안에 분명히 네가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나이기만을 고집했다.
너보다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의 관계에 더 매달렸다.
우리 둘만의 시간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모든 게 처음부터 순리대로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드문 드문 나쁜 바람을 가진 적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누가 보아도 내 안에
네가 있다는 걸 알게 될 즈음,
네가 스스로 나에게 너의 존재를 알리던 그때부터 조금씩 자각했다.
그때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의무감에
태교랍시고 책을 읽고 너에게 말을 걸었던 것 같다.
너의 존재가 신경 쓰이고 걱정되면서도
온전히 너에게 내 마음을 쏟아주지 못했다.
그렇게 네가 태어나고
모든 사람들이 기뻐할 때에도
나는 잘 몰랐다.
그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저 이제 내 몸 안에서의 시간이 다 되었으니
자연스레 세상 밖으로 나올 때가 되어 나왔구나 여겼다.
모성애가 무엇인지 느낄 새가 없었다.
내게는 사랑보다 책임감과 의무감이 앞섰다.
최선을 다해보려 안간힘을 썼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애를 쓰면 쓸수록 너와의 관계는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