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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뗄라 Mar 18. 2019

#8 소울인가, 소음인가 (feat. 홍대 버스킹)

#8 너는 어때?

퇴사를 준비하는 무용과 출신 마케터,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걷고 싶은' 거리가 '듣기 싫은' 거리가 되기까지

   지난 2월, 젊음의 상징인 홍대 걷고 싶은 거리 곳곳에 현수막이 붙었다. 바로 '길거리 공연 금지' 안내이다. 최근 홍대 인근에서 버스킹에 대한 소음 민원이 급증하자, 마포구청은 나름의 엄포를 놓은 것이다.


    한 달에만 민원 접수 총 9건. 실제로 버스킹에 대한 민원은 2015년 12건에서 2018년 53건으로 늘어났다. 비지정 장소 공연, 소음, 공연으로 인한 통행 불편 등으로 그 이유도 제각각이다.


   사실 버스킹은 일명 '길거리 공연'으로, 길거리를 자유롭게 누비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점차 악기와 마이크, 앰프 등 다양한 장비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소음으로 변질되기 시작하였다.


    늦은 저녁에 홍대, 건대, 강남 부근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있는 버스킹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 수가 엄청나서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불과 3m 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각자의 스피커 볼륨을 열심히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은 소음이 되어 서로 뒤엉키게 된다.


   그중 홍대 걷고 싶은 거리는 평균 5팀이 동시에 공연을 펼친다. 노래, 댄스, 마술 등 다양한 쇼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만큼 소음, 쓰레기, 통행 불편 등 여러 문제도 함께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버스킹을 통해 예술적인 감성을 거리에서 느낄 수 있고, 해당 지역의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도 있다. 또 문화 강국으로,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된 제도와 인식이 갖춰줬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든다.


   2017년 8월, 마포구 홍대는 온라인으로 버스킹 활동을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두고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실상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2018년에만 현장 계도에 투입된 인원은 332명, 총 52회 단속. 이렇게 많은 인원을 투입하여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승인받지 않은 버스킹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소음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버스커(버스킹을 하는 사람)가 제도를 지키지 않는 이유. 강력하게 제재할 수 없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법상 소음기준 관리법에서는 60dB 이상 소리가 나면 소음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버스킹이 이루어지는 주변 소음이 다소 있는 거리에서는 정확한 소음 측정이 불가능하다. 아울러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버스킹을 활성화하고 있는 해외 국가는 어떠한가.


       

영국의 가이드라인

     영국 버밍엄 시의 경우, 길거리 즉, 공공장소에서의 화합을 도모하고 시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버스킹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크게 버스커과 일반 대중으로 나누어져 있고, 사건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법도 포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버스커들은 심사를 통해 기준을 통과한 경우에만, 허가증(버스킹 퍼밋)을 발급받아 활동할 수 있다. 이후에는 별도 허가 없이 공공장소에서 버스킹 활동이 가능하지만, 쇼핑센터와 역 주변 등 사유지에서는 토지 소유자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특이한 점은 일반 대중도 버스커에게 예의를 갖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버스커에게 불만이 있는 경우 공연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하며, 이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영국 버밍엄 시는 춤과 공연, 퍼스먼스가 활성화되었고, 이로써 버스킹이 공공장소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가이드라인

       미국 시애틀 시는 경전철 내 거리 공연 '버스킹'을 확대하였는데, 이 역시 파일럿 프로그램을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보완하여 시행하였다. 6개월간 2개 경전철역에서 시범적으로 버스킹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시민들의 요구를 우선 확인하였다.

    

       이후 2017년 9월부터 8개 역으로 버스킹을 확대 시행하였는데,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별 모양의 마크가 부착되어 있는 지정된 장소에서 최대 2시간의 공연이 가능하고, 통행에 절대 방해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통행량이 많은 일시는 공연을 불허하며, 최대 5명이 함께 공연할 수 있으나 앰프 사용은 불가능하다. 6명이 넘는 경우에는 공연의 내용과 일시, 소요 시간 등을 작성하여 2주 전에 담당자에게 제출하여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버스킹은 경전철 이용자에게 새롭고 풍성한 문화 경험을 제공하고, 음악가에게는 더 많은 관객을 만날 기회를 주었다.


      이처럼 제도와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갖춰지고, 동시에 버스커들과 대중의 인식이 바르게 자리 잡힌다면 분명 대한민국의 버스킹도 더 나은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다면 더 이상 그것은 권리가 아니다. 하루빨리 버스커, 예술가와 대중의 권리가 모두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 참고문헌 및 자료

1. '길거리 공연' 버스킹 가이드라인 제시 (영국 버밍엄市), 서울연구원 제400호, 2017년, 정기성

2. 경전철 내 거리공연 ‘버스킹’ 확대 (미국 시애틀市),  서울연구원 제412호, 2017년, 김용훈   

3. 넘쳐나는 길거리 공연, 연합뉴스, 2017년, 박성은, 서유림 https://www.yna.co.kr/view/AKR20170630172400797

4.'젊음의 상징' 홍대 거리, '소음 버스킹' 오명 벗을까, 파이낸셜뉴스, 2019년, 오은선 https://www.fnnews.com/news/201902100230507106



- 2019. 03월

*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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