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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병찬 Mar 14. 2021

왜 부정적인 말들만 기억에 남을까?

우리는 무엇을 볼 때 긍정 또는 부정 오직 두 가지로 생각한다.

인생을 살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은 불가피하다. 물론 선택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제한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 또한 자연스럽게 삶에서 자신 외에 것들에 마주하게 된다. <관계의 본심>의 저자 클리포드 나스에 따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정적, 긍정적 두 가지로 나뉘어서 인식한다. 사람의 뇌는 끊임없이 평가하고 해석하도록 구조되어 있으므로 평가를 안 할 수도, 안 받을 수도 없다. 우리가 느끼는 부정과 긍정 두 가지 감정은 매우 다르게 인식된다.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은 우리는 중립의 개념 또한 부정적이게 인식한다. 한 가지 문장을 예로 들어보겠다.


"소녀는 착할 때 아주 아주 착했지만, 나쁠 때는 정말 못 말렸다."


분명 긍정과 부정이 섞여있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부정적인 부분이 좀 더 눈에 띄고 결정적이게 보인다. 이러한 현상을 쾌락의 불균형이라고 한다. 유쾌한 기분은 상황에 따라서 적응되고 잊혀지는데 고통과 부정적 사고는 더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이다.


쾌락의 불균형

이러한 이유는 인간의 진화와 관련이 있는데 인간은 유년기가 짧고 수명이 길기 때문에 인간의 뇌는 나쁜 경험을 식별하고 그에 대처하도록 구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부정적인 것들이 완전히 처리될 때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긍정적인 것은 부차적으로 판단한다. 일례로 우리가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사고 현장을 목격하면 속력을 줄이거나 멈춰서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좋은 풍경을 본다고 차를 멈추는 일은 거의 없다. 부정적인 것을 목격한 순간 우리의 뇌는 이를 '개선 또는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현실 상황에 응용할 수 있다. 한 가지 케이스가 바로 사람들은 근거 없는 비판은 무시하지만 칭찬은 무조건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나아가서 비판당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비판하는 사람에게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는 칭찬(긍정)을 깊이 고찰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칭찬이 구체적인 내용을 떠올리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 최근에 받은 칭찬을 기억해내라고 하면 단순하게는 기억할 수 있지만 그들의 내용과 말투 몸짓 이런 자세한 부분까지는 신경 쓰지 못한다.


반대로 비판(부정)은 한 번 들으면 잘 지워지지가 않는다. 우리는 비판에 더 신경을 곤두서도록 구조되어 있기 때문에 비판당했을 당시 그 현장의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트라우마'나 '마음의 상처'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부정성은 긍정성을 압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또 다른 현상으로 파생되기도 한다. 우리는 부정적 평가를 받기 직전에 일어난 일들에 잘 기억을 못 하곤 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호통을 치면 가끔씩 "내가 왜 혼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는 역행 간섭(Retroactice Interference)이라고 하는 새로운 정보가 이전에 학습한 정보를 방해하는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부정적 의견을 듣는 데 많은 인지능력을 쏟아부어서 그 전의 기억들을 장기 기억으로 미쳐 이동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부정적 평가 직후에 일어난 일들에는 잘 기억하게 된다. 이런 효과를 순향증강(Proactive Enhancement)라고 한다. 우리는 부정적 평가를 받으면 순간적으로 상황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기 되며, 새로운 Input에 대한 대응에 집중여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몸은 어떻게 대응할까?

부정적 평가를 받은 우리의 뇌는, 공격하거나 달아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때 우리 신체는 심장박동이 올라가고 혈압과 아드레날린 수치가 올라가며 호흡이 가빠진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말이나 평가를 들었을 때 흔히 느끼는 현상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신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형상을 '싸움 또는 도주' (Fight or Flight)라고 하는데 이 반응은 뇌의 감정적 영역에서 통제되기 때문에 '사실'을 인식하는 고차원적의 이상적의 영역에서 정보를 구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대응이 이성적인 판단과 고민이 아닌 우리 신체의 시스템 내부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비판을 받으면 그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논점에서 벗어난 얘기를 하고 인신공격을 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이유이다. 이런 인간 자연적인 결함에 대해서 일종에 방어책을 제시하기 위해서 법정에서 묵비권을 주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모든 말을 부정과 긍정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면, 말의 순서만 잘 이해해도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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